가계 소비에서 식자재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1월 14일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2019년 1분기~3분기 가계의 명목 국내 소비지출액(656조 86억 원) 가운데 11.42%(74조 8956억 원)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를 사는 데 쓰였다. 11.39%를 기록했던 2014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비율을 기록한 것이다.
소비에서 식자재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4년 11.39%를 기록한 후 2017년 11.55%까지 올랐다. 당시 여름철 폭우와 폭염,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더해지며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7%까지 뛴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후 2018년에는 11.53%로 소폭 하락하더니 2019년에는 더 하락하며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한편 가계 소비에서 채소와 육류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특징이 있다. 소비가 늘어날 경우 집에서 먹고 마시는 필수적인 지출 외에도 여행이나 오락 등 여가에 쓰이는 비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농축산물 가격 등락이 큰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번 하락세는 소득 증가 외에도 다른 요인이 적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가계 소비가 전체적으로 늘어났다기보다는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집밥보다 외식이나 배달을 선호하는 문화가 커진 것이다.
가계가 돈을 얼마나 썼는지 나타내는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액은 2019년 1분기~3분기에 2018년 동기 대비 2.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 역시 2015년 1분기~3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더불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역대 최저인 0.05%까지 낮아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가계의 지출액도 1.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외식이나 배달 등이 포함된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 지출액은 68조 571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8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경제산업연구원측은 "1인가구가 늘면서 집에서 요리해 먹기보다 외식이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다"며 "대형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더라도 간편 조리식품을 소량으로 사는 경향도 강해졌다"고 식료품비 비중변화를 분석했다.
하지만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엥겔지수'라고도 하는데, 최근 1인가구가 증가하고 외식과 배달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엥겔지수로 한 나라의 생활수준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