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한국형 양적완화'에 나섰다. 이같은 조치는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실시된 적이 없는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방안이다. 지금이 사상초유의 위기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26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일정 금리수준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기로 했다. 한은은 금융시장 안정을 꾀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지금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엄중한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기로 결정한 조치는 사실상 양적완화 조치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윤 부총재는 "양적완화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제로로 낮춘 뒤 더이상 인하 여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돈을 공급하는 방식"이라며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을 규모나 기간을 특정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한은은 4월부터 매주 1회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 매입해 금융시장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방침이다. 매주 화요일 91일 만기의 RP를 일정금리 수준에서 매입한다. 입찰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해 입찰 때마다 공고하기로 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이를 통해 경기 부양을 기대한다.
한은은 또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에 통화안정증권·증권단수매매 대상 7곳, 국고채 전문 딜러 4곳 등 증권사 11곳을 추가했다. 대상 증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은행 16곳, 증권사 5곳으로 한정됐다. 대출 적격담보증권에도 공공기관 특수채와 은행채를 추가했다.
한은은 국제신용평가사에 의해 국가신용과 동일한 채권, 국내 신용평가 AAA 채권, 정부 공공기관 채권 등 정부 손실 보전 조항이 있는 채권으로 대상을 한정했다. 따라서 신용위험을 최소화해 위험이나 대가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들어갔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시장기능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만큼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