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 지연으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4000여명이 무급휴직 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에 정부는 특별법을 만들어 우리 정부 예산으로 근로자들을 돕겠다고 1일 밝혔다.
이날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무급휴직 근로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국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 특별법을 제정해 우리 정부 예산으로 근로자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최 대변인은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긴급생활자금 대출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무급휴직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책임을 다하겠다는 모습이다.
최 대변인은 "정부는 주한미군사령부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이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인건비 예산을 우선 집행하는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하고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오늘부터 무급휴직이 시행된 점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무급 휴직에 놓이게 된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들은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용직이나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아무런 대안 없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됐다"며 "이는 미군 부대 주변 지역 경제에도 분명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미 SMA은 긍정적인 분위기로 잠정 타결 소식이 흘러나왔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새벽까지 긍정적인 분위기로 협상이 이어졌으나, 방위비 총액을 놓고 한미 양국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SMA가 타결되지 않아 한국인 직원 절반에 대해 오늘부터 무급휴직이 실시된다"며 "오늘은 우리에게 유감스럽고, 상상할 수 없는 가슴 아픈 날"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7~19일 미국에서 열린 방위비분담협상 7차 회의에서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다. 미국 측은 지난해 분담금 1조 389억원의 네 배에 달하는 40억 달러(약 4조 8000억원) 수준으로 인상을 주장해왔다. 한국 측은 지난해 분담금의 10% 수준 인상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 이후 미국측이 다소 전향적인 태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두 정상은 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한국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미국에 지원키로 했다.
최근 양국이 합의한 분담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 측이 한국의 제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이며 잠정 타결 소식까지 나왔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분담금 규모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5일 주한미군사령부는 방위비분담금 협상 지연을 이유로 주한미군 전체 한국인 노동자 8600여명의 절반 가량인 4000여명이 1일부터 강제 무급휴직 한다고 통보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