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도지역 변경기준을 완화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임대료와 옵션 비용 등으로 오히려 청년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주거면적 100%를 공공 또는 민간 임대주택으로 지어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에게 우선 공급하도록 하는 서울시의 주거정책이다.
서울시는 청년주택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절차 간소화, 건설자금 등의 지원을 제공한다.
서울시,용도지역 변경기준 완화...공급 확대 위해
지난 24일 서울시는 준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용도지역 변경기준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시는 현행 기준상 2·3종 주거지역에서 용도변경 요건이 까다로워 사업 접근성이 낮다고 판단해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대지면적 1000㎡이상 대상지는 다음 세 가지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하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하다. 3개 요건은 준주거·상업지역이 있는 역세권 ▲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상 중심지(도심·광역·지역지구 및 지구중심) 역세권 ▲ 폭 20m 이상 간선도로변에 인접한 대상지 등이다.
상업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 역시 ▲상업지역과 인접한 역세권 ▲상업지역이 있는 역세권 등과 인접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상 중심지 역세권 등 3개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하면 일반상업 또는 근린상업지역으로 변경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준이 완화되면 서울시 내 307개 역세권 중 75개(24.4%) 역세권이 준주거지역으로 변경이 쉬워진다. 나머지 232개 역세권은 기존 기준으로도 변경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개선된 기준으로 역세권에 해당하면서도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할 수 없었던 역세권에도 청년주택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SH공사 선매입, 선분양을 통해 임대료는 인하하고 공공주택은 늘리는 '역세권 청년주택 혁신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주택 비율을 기존 2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하고, 임대료가 주변시세의 85%정도인 민간임대주택 특별공급 물량은 16%에서 20%로 확대한다. 이에 임대료가 주변시세의 50% 이하로 대폭 인하될 것으로 기대한다.
청년에게 외면받아..미계약 속출
서울시는 청년들의 주건난 해소를 위해 저렴한 임대료를 내세운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미계약이 속출하는 등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한평역 인근에 위치한 역세권 청년주택은 지난 14일 기준 일반공급분 총 118가구 중 잔여 50가구(42.3%,원당첨자의 미계약분)를 기록했다.
기존 관광호텔인 베니키아호텔을 개조한 종로구 숭인동의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180여 가구(90% 가량)가 대량 계약 취소(총 207가구)를 했다. 앞서 해당 주택의 경쟁률은 10대1을 넘었다.
해당 청년주택은 기존 호텔을 리모델링하면서 쓰던 가구와 침구, 카페트 등이 그대로 사용했다. 이에 임대 업체는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32만~38만원의 월 임대료 외에 추가로 가구 대여비와 IPTV 이용료, 청소비 등 월 최대 30만원의 '옵션비'를 요구했다.
임대료까지 합하면 청년이 부담해야 할 실거주 비용이 매월 70만원에 육박해 일반 원룸 월 임대료 수준으로 계약 포기가 속출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임대 업체와 협의해 모든 옵션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19년 11월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혁신방안을 발표해 세탁기·냉장고 등 기본가전제품 빌트인 설치기준을 만들어 옵션 비용이 추가되는 것을 방지했다. 하지만 아직 현장에선 가전제품이 설치되지 않은 청년주택은 입주자가 부분 렌트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입주가 시작된 충정로 역세권 청년주택 역시 민간임대 450가구 가운데 300가구 이상이 미계약으로 남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관악구 신림동 240-3 일원, 관악구 봉천동 704-1번지, 서초구 서초동 1448-1 일원, 광진구 구의동 246-10, 강남구 삼성동 9-21, 종로구 숭인동 241-1번지, 신길동 3608번지 등을 청년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높은 임대료나 비싼 관리비 등에 대한 보완없이 규제 완화를 완화해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실 거주자의 니즈를 반영한 운영 및 관리가 요구된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