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 속 혼족라이프란?
영화, 드라마 속 혼자 사는 인물의 혼족 라이프에 대해 탐구합니다. 혼자사는 캐릭터를 인터뷰이로 초청해 영화 스토리를 토대로 가상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영화/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와 거기서 확장되는 사회의 모습에 관해 대화를 나눕니다. 허구의 스토리와 인물 속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발견하고 답을 찾아갑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본질적으로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봅니다.
# 인트로
우리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하 방법 중 하나는 ‘연애’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그녀와 나는 정말 잘어울리는 한 쌍이고 운명의 상대를 만났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다름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 또한 타인이었음을 결국에는 인정한다. 그렇게 이별을 맞이한다. 이렇게 끝나면 차라리 해피엔딩일지 모른다. 하지만 진짜 고통은 이별 후에 찾아온다. 내 옆에 있던 사람의 부재에서 오는 허전함, 외로움의 감정은 쉽게 떨칠 수 없다. 그/그녀와 함께하기 전의 나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그 때의 우리는 모른다. 어떻게 하면 그/그녀를 잊고 멋있는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여기, 이별 후 갖은 시행착오 끝에 진정한 솔로로 거듭난 여자가 있다. [하우투비싱글]의 앨리스에게 싱글이 되는 방법을 물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Q. 앨리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뉴욕에 있는 로펌의 법률 사무원으로 일하는 앨리스라고 해요. 남자친구는 없지만 누구보다도 행복한 싱글로 살고 있죠.
Q. 행복한 싱글이라니, 앨리스가 어떻게 그런 싱글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한데요. 전남자친구와 오랜 기간 연애를 했다고 알고 있어요. 실례지만, 어떻게 헤어지게 된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네. 저희는 대학에서 만난 캠퍼스 커플이었어요. 졸업을 하고 나서도 만났으니 오래 연애를 했죠. 장기간 연애를 해서 서로가 너무 익숙해진 상태였어요. 저는 사실 항상 남자친구가 있어왔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혼자가 되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컸어요.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잠시 떨어져 있자고 제안을 했죠. 그렇게 우리는 각자 따로 지냈어요. 가고 싶었던 회사에 가서 일도 하고, 밤에는 술집에 가서 낯선 남자와 재밌는 시간도 보냈어요. 하지만 곧 허전함을 느꼈고 전 남자친구에게 돌아갔어요. 그런데 그는 이미 저를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었어요.
Q. 그랬군요. 남자친구의 결정이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아요. 예상치 못했던 이별 후에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많이 힘들었죠. 저는 우리가 떨어져있는 시간이 전애인에 대한 제 마음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정반대였죠. 생각해보면 저도 이기적이었어요. 내가 혼자 있겠다고 한 것도, 다시 남자친구에게 돌아간 것도 전부 저를 위한 결정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힘든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허전함과 외로움이 몰려왔어요. 그걸 잊기 위해 술도 마시고, 운동도 해보고, 남자도 만나보았지만 소용없었어요. 점점 공허한 마음만 커졌죠.
Q. 오랜 시간을 함께한 연인이었으니, 그 허전함이 더 컸을 것 같아요. 관성의 법칙은 눈에 보이는 물질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마음에도 적용되는 법칙인 것 같아요. 그 사람과 함께 했던 기억이 지속되지 않을 때 너무 힘들죠. 그럴 때 앨리스가 기댈 수 있는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
언니가 한 명 있어요. 언니는 저와는 달리 남자에게 기대지 않는 사람이에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는 갖고 싶어 정자은행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을 했어요. 그래서 언니에게 더 의지할 수 있었어요. 다 큰 어른이 되서 언니를 찾는 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런 가족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이 저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제 친구 로빈과의 말다툼에서 저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었어요.
Q. 앨리스의 생일파티에서 앨리스를 둘러싼 3명의 남자를 초대해서 로빈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있었죠. 그것이 오히려 앨리스에게 본인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구요?
네. 로빈은 정말 특이한 친구에요. 술과 파티를 좋아하고 그런 밤이면 꼭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요. 그래서 제가 로빈을 가벼운 사람이라고 오해했어요. 로빈은 그저 자신이 누구인지, 언제 행복한 지 잘 아는 사람이었는데도요. 로빈은 제가 남자들의 ‘dick-sand’에 빠져있다고 말했어요. 남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저의 모습은 잊은채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맞추고 있다는 뜻이에요. 정말로 저는 그랬어요. 그래서 또 전남자친구와 큰 실수를 할 뻔 했죠. 하지만 로빈의 따끔한 충고 덕분에 저는 드디어 ‘dick-sand’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진정으로 홀로 서는 법을 배웠어요.
Q. 진짜 혼자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정말 싱글이 되고 싶다고 마음 먹은 후에, 저는 정말로 제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제가 꿈만 꾸었던 일을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했어요. 그 중 하나가 그랜드캐니언 정상에서 새해의 새벽을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하고 싶었던 일을 미루기만 했었는데, 혼자가 되고 나서 그 일을 했죠. 혼자가 된다는 기분은 그랜드캐니언에서 내 발로 우뚝 서있는 기분이에요.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기분. 정말 짜릿한 기분이죠.
Q. 그랜드캐니언에서 맞는 새해라니, 생각만 해도 전율이 느껴져요.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분들 중에서도 앨리스처럼 온전히 혼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 많을 텐데요. 그런 분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혼자의 시간은 찾아와요. 그 시간의 길이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모두 혼자가 돼요. 그 때에 정말 잘 지낼 수 있어야 해요. 저처럼 ‘dick-sand’에 빠진 사람도 있을테고, 제각각 이유는 다를 거에요. 그 이유를 찾는 게 중요해요. 혼자가 되는 걸 어렵게 만드는 진짜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해요. 그걸 인정하고 바뀌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싱글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온전히 혼자일 수 있을 때, 타인에게도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정말 건강한 관계를 시작할 수 있어요. 싱글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데일리팝·혼족의제왕 '놀식주랩스'=김영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