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산 주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류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수입산 주류에 밀려 성장이 정체된 국내 시장에 '주류의 OEM 제조', '주류가격이 음식가격보다 낮은 경우 배달' 등을 허용하기로 했다.
19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주류 제조, 유통, 판매 전 단계에 걸친 규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주류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한국 주류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2014~2018년 주류 출고량이 국내산은 380만8000ℓ에서 343만6000ℓ로 연평균 2.5% 감소했다. 반면 수입산은 같은기간 20만7000ℓ에서 49만5000ℓ로 24.4% 증가했다.
강상식 국세청 소비세과장은 "한국 소비자에게 한국 주류가 외면받는 상황이 수치상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존 주류 제조업자들에게 적용됐던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규제를 완화해 한국 주류 산업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관련 법·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봤다"고 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먼저 '주류의 OEM 제조'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타사 제조시설을 이용한 주류의 위탁제조(OEM)가 허용된다.현재는 주류 제조면허가 주류 제조장별로 발급돼 타사 제조장을 이용한 주류 위탁생산은 불가능하다.
시설투자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던 수제맥주 제조업체들이 앞으로 타사 제조시설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증산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려 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가 절감, 해외 생산 물량의 국내 전환, 시설투자 부담 완화, 신속한 제품 출시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음식점의 주류 배달 기준을 명확히 했다. 치킨 등 음식과 함께 주류를 배달할 때는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은 경우 배달을 허용한다고 명시했다.정부는 지난해 음식점의 생맥주 배달 등 통신판매를 허용했지만 주류 허용 기준이 '음식에 부수하여'라고 불명확한 문구로 아예 술을 팔지 않은 배달 업체들이 많았다.
물류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주류 운반시 '주류 운반차량 검인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아도 택배 운반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현재 주류제조자는 해당 스타커를 붙인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스티커를 택배 차량에 부착하기 어려워 택배를 이용한 주류 운반이 어려웠다.
소주·맥주에 붙은 라벨을 '가정용'으로 통합했다. 그동안 소주, 맥주는 유흥음식점용, 가정용, 대형매장용으로 용도가 구분돼 상표 라벨을 달리 표시했다. 용도 라벨 통합은 주류업체가 재고 관리에 따른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또 맥주·탁주에 대한 주류 가격신고 의무도 폐지한다.
전통주의 저변 확대도 지원한다. 전통주 및 소규모주류 제조장에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주류에 대해서는 주세를 면제한다. 전통주 홍보관 등에서도 시음행사를 허용키로 했다.
이밖에 제품의 안전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알코올 도수 변경 등 경미한 제조방법 변경·추가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맥주의 첨가재료에서 제외했던 질소가스 첨가를 허용해 소비자들의 주류 선택권을 넓혔다. 또 주류 신제품 출시를 위한 승인 등의 소요 기간도 기존 30일에서 15일로 단축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