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유통 중인 '메트포르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31개 제품에서 발암 추정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의 제조 및 판매가 중지되고, 처방이 제한됐다.
식약의약품안전처가 5월 26일, 메트포르민의 국낸 유통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288품목을 모두 수거·검사한 결과, 국내 제조 31개 품목에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NDMA는 WHO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인체 발암 추정 물질로, 원료 의약품의 경우 모두 NDMA가 잠정관리기준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료의약품의 경우 모두 NDMA가 잠정관리기준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의 제조와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지하고 처방을 제한토록 했다. 해당 제품은 모두 국내제품이며 구체적 목록은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식약처는 5월 26일 자정부터 해당 의약품이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처방 및 조제되지 않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정보시스템을 통해 처방 및 조제를 차단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도 정지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환자가 의사나 약사와의 상담 없이 해당 의약품의 복용을 중단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잠정관리기준을 초과해 검출된 31개 품목에 대한 인체영향평가 결과, 추가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10만 명 중 0.21명으로 수준이었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을 보면 추가 암 발생 가능성이 10만명 중 1명 이하이면 무시 가능하다. 따라서 해당 제품을 복용한 환자 중 추가적으로 암이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식약처는 판단했다. 또한 "재처방을 희망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해당 의약품의 복용 여부 및 재처방 필요성을 의료진과 상담해달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식약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보고된 잠정 조제·판매 중지된 의약품의 유통 정보를 해당 제약사에 알리고 해당 의약품을 구매한 도매업체와 의료기관, 약국에도 의약품 공급내역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회수 및 반품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메트포르민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혈당조절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 성분이다. 5월 25일 자정을 기준으로 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 수는 총 26만 명이며, 해당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기관은 1만 379개소, 조제 약국은 1만 3754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2019년 12월 이후 해외 일부에서 메트포르민 의약품 NDMA 검출에 따른 회수조치 발표가 있던 것에 따라 2019년부터 국내 유통 중인 의약품을 대상으로 NDMA 검출 가능성에 대해 순차적으로 점검해 온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제조에 사용 중인 원료의약품, 제조 및 수입완제품의약품을 조사 실시했다. 또한 식약처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시험할 수 있도록 메트포르민 중 NDMA를 검출할 수 있는 시험법을 마련하고, 지난 1월 공개하기도 했다.
검사 결과 실제 완제의약품 제조에 사용된 원료의약품 973개 제조번호(12개 제조소) 모두 NDMA가 잠정관리기준인 0.038ppm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대상 중 963개는 블검출됐으며, 10개는 정량한계 수준인 0.010~0.016ppm 수준으로 검출됐다.
식약처는 NDMA 검출이 원료의약품 단계가 아닌 완제의약품 제조 과정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메트포르민에서의 NDMA 검출이 앞선 다른 발암 추정 물질인 '발사르탄' 및 '라니티딘' 사례와 다르게 원료의약품이 아닌 일부 완제의약품에서 기준을 초과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앞으로 불순물 검출 유사 사례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와 함께 '의약품 중 NDMA 발생원인 조사위원회'에서 정확한 원인을 조사·분석할 계획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