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인터뷰] "1인가구의 고통은 외로움이 아닌 사람들의 예단과 편견"...김민아 작가가 말하는 '1인가구의 클리셰'
[POP 인터뷰] "1인가구의 고통은 외로움이 아닌 사람들의 예단과 편견"...김민아 작가가 말하는 '1인가구의 클리셰'
  • 이지원
  • 승인 2020.07.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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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인 시대, 자신을 돌보는 '혼자들'을 위하여... '나는, 나와 산다'의 저자 김민아 작가 인터뷰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내 1인가구 수는 60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500만을 돌파했던 1인가구의 수는 결혼을 늦게하는 '만혼' 현상과, 고령화 속 사별 등으로 인해 빠른 수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수가 많은 만큼 그 모양 역시 다양하다.

TV 프로그램 속 1인가구들은 홀로 낭만을 즐기거나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즐기기도 하고, 넓은 집을 자신의 입맛대로 꾸미며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 속 1인가구의 모습은 고독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고독사'의 문제에 맞닥뜨리거나 외로움에 빠져 살아가곤 한다. 

주변에서는 1인가구에게 "어딘가에 문제가 있어 혼자 사는 게 아니냐"는 비난의 눈길도 쏟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1인가구에 제대로 이해하고 혼자 사는 한 사람의 상황과 고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 '나는, 나와 산다' 역시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오랫동안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며 다양한 상황의 사람들을 만나온 김민아 작가는 1인가구 개개인의 내밀한 상황과 이야기를 듣고자 성별, 나이, 주거 형태, 혼인 여부, 가정 형편, 성 정체성, 건강 상태 등이 각기 다른 20명의 혼자 사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인가구를 둘러싼 무수한 클리셰(진부하게 틀에 박힌) 너머에 있는, 스무 명의 고유한 생활상과 감정적·현실적 애로사항을 그대로 싣고 그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공통적인 삶의 조건들을 헤아리고자 한 것이다.

작가가 1인가구를 만나며 포착한 '클리셰'는 무엇일까. 데일리팝이 나는, 나와 산다의 저자 김민아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나와 산다 (사진=끌레마 출판사)
나는, 나와 산다 (사진=끌레마 출판사)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주중에는 사무실에 출근해 일하고 주말에는 마음에 담아둔 책을 꺼내 읽기도 하고 조금씩 쓰기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최근에는 '나는, 나와 산다'라는 책을 발간하셨는데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해당 책의 제목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란 말처럼 중층의 의미를 담은 단어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가족은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세계인 것 같아요. 2020년 현재, 가족을 벗어나 혼자 사는 이들 혹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혼자 사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끊임없이 가족 간의 관계와 가족과의 (단란한) 시간, 가족 문화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언론에 소개되는 1인가구도 통계만 놓고 보면 서너 가구 중에 한 가구라는데, '혼삶'들은 TV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연예인처럼 즐겁고 재미나 보이진 않습니다. 당장 제 친구들 중에도 혼자 사는 이들이 제법 되지만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편'보다는 '불편'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직접 만나 속내를 좀 들어보자 싶었습니다. 이 책은 이제는 집에서 나와, 나 자신과 살고 있는, 지금 혼자인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미니 다큐이기도 하고, '혼자들'의 안녕을 묻는 도톰한 편지이기도 합니다. 
 
Q. 총 20명의 1인가구를 만나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셨는데요. 이들을 선정한 기준이나,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성별, 연령층, 하는 일, 현재의 처지나 형편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이 사회에서 '고독사' 위험이 높다고 지칭되는 장년을 성별에 관계없이 더 만났습니다. 책 안에는 궁핍한 노인, 재취업을 고민하는 중년, 아픈 몸을 친구처럼 받아들인 청년, 가까스로 이혼한 중년, 아흔 살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낸 노인, 젊은 고독사를 걱정하는 청년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마다 자리한 공간과 시간에서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다양한 계층을 만나 '혼자들'의 모자이크가 만들어진 거죠. 

'나는, 나와 산다'의 저자 김민아 작가 (사진=끌레마 출판사)
'나는, 나와 산다'의 저자 김민아 작가 (사진=끌레마 출판사)

Q. '나는, 나와 산다'는 '1인가구를 둘러싼 클리셰'를 꼬집으며 시작하고 있는데요. 취재 중 실제로 마주친 1인가구와 관련된 클리셰가 있으신가요?

혼자 독립해 잘 살고 있는데도 여전히 자취 생활은 어떠냐고 함부로 묻는다거나, 나이든 남자는 혼자 살면 추레해 보이니 어서 결혼해야 한다거나, 나이 들어 혼자 사는 여자는 성질머리가 못 돼 먹어서 그렇다거나... 그렇게 아무 때고 훅훅 치고 들어오는 언어와 시선의 폭력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했습니다. 혼자 살며 겪는 불합리한 반응과 차별은 '혼자는 ~ 이럴 것이다'라는 틀에 박힌 생각, 클리셰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혼자는 혼자라서 외로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혼자는 어떨 것이라는 뭇사람들의 예단과 편견, 괴롭히는 문화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거죠.

Q. 저서 내용 중 고독사를 '홀로사'로 표현하신 것이 인상깊었는데요. 혹시 고독사를 홀로사로 표현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고독사라는 말 자체가 얼굴을 모르는 한 사람이 심정적으로 외로운 상태에 처해 있다는 인상을 주고, 그러니 죽음에 이를 땐 외로워서 운명을 달리했나 보다 싶지만, 적지 않은 경우 혼자는 제도적으로 소외된 채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 아닌 취급을 받다가 생을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사람과 제도의 돌봄도 받지 못하다 죽음에 이른 후에도 그 '즉시'가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기도 하고요. 누군가의 임종을 지킨다는 건 그가 죽을 때 적어도 주변에 그 죽음을 지켜봐 줄 사람이 있다는 건데, 고독사는 아무도 없이 생을 마감하니 '홀로사'로 표현한 거지요. 

Q. 저서에서 혼자 사는 삶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제기해 주셨는데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 본 바 있으신가요?

이제 우리는 다시는 이전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는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신규 확진자 동선 뉴스를 접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요즘을 보면, 이 사실을 매일매일 또렷하게 자각하는 거죠. 앞으로는 원치 않아도 물리적, 사회적인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간격'의 삶이 더 가속화될 것이고, 따라서 희미하게나마 연결돼 있던 관계의 끈도 놓치거나 끊길까 걱정하는 삶을 살게 되겠지요. 

그러다 보니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다는 건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더욱 연대와 유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실로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지만 '어떤' 사람들은 존엄과는 거리가 먼 대접을 받고, "어떻게 지내느냐"는 흔한 안부에서도 제외되기 쉽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긴 하루는 막막함이듯, 실직과 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혼자 끼니를 해결해야 하고, 돌봐줄 이 없는 장애인, 노인으로 살면서도 아무런 연고나 외부와의 연결 없이 살아가야 한다면 다가오는 나날들은 두려움 그 자체일 겁니다. 

따라서, 각자 다른 처지와 형편 때문에 누려야 하는 서비스가 달라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와 정부는 서비스 (격)차를 만들지 않도록 애써야 합니다. 무엇보다 주변을 돌아보고 진정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건 두말 할 필요도 없고요.

Q. 저서 내용에서는 1인가구를 지원하는 정부 및 지자체의 정책과 사업들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요.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1인가구 정책에서 기대되는 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이 책의 추천사를 써 준 김원영 변호사의 표현대로, 정부는 1인가구에 대해 섬세한 이해를 바탕으로 1인가구 증가가 4인가구를 대체하는 가구 형태의 등장이 아니라 실은 무수히 많은 '개인'들이 탄생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혼자 사는 사람들의 정체성을 잘 헤아리는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럴 때라야 통계로 뭉뚱그려지는 1인가구가 아니라 '인간'이 드러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습니다.

Q. 작가님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분간은 쓰는 일보다는 안을 채우는 공부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세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풀어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습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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