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핫한 플랫폼을 뽑아보자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꼽을 수 있겠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이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목표금액과 모금기간을 정하여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뜻한다.
실제로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성장세는 놀랍다. 2019년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모인 투자금액은 31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도 크라우드 펀딩의 시장 규모가 1300억 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한 것이다. 2020년 역시 끊이지 않는 성장을 기록하며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장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에 출생한 세대)'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현재 국내 전체 인구 대비 약 22.2%를 차지하며 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개 디지털 기기와 친숙하며 정보 검색에 능숙하기 때문에 '스마슈머(스마트+컨슈머)'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는 그 시절 추억을 회상시키는 펀딩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추억이 깃든 노래나 애니, 게임들이 펀딩으로 뭉치며 이들의 추억 소환에 힘을 싣는 경우다. 과거의 향수를 좇는 9n년대생의 특징과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이러한 트렌드는 점차 고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노린 펀딩의 경우 시도하는 족족 '대박'이 터지며 관련 사례 역시 점차 많아지는 모양새다.
이러한 트렌드를 가장 처음으로 주도한 곳은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성우 이용신의 목소리가 담긴 앨범 발매를 위한 펀딩이었다. 텀블벅에서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 펀딩이 시작됐다. 총 3300만 원을 목표로 한 펀딩에는 약 7만 명이 몰리며 26억 원 상당을 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상 최고 액수였다.
달빛천사는 2004년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된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달빛천사의 OST는 시간이 흐름에도 많은 이들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추억의 애니메이션', '추억의 OST'로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OST를 정식으로 들을 수 있는 곳은 한정돼 있었다. 본래 달빛천사에 사용된 한국판 OST는 투니버스에서 처음부터 순수하게 제작한 오프닝 노래 '나의 마음을 담아'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에서 제작된 노래를 번안한 작품이었다. 그 외의 곡은 판권 문제 등으로 인해 달빛천사의 한국판 OST는 정식으로 음반이나 음원으로 발매한 적이 없었다. 콘서트나 행사를 통해 성우 이용신 본인이 노래를 부른 것이 전부였다.
이때 달빛천사를 기억하는 팬들은 "언제가 되더라도 좋으니 달빛천사의 한국판 노래가 정식으로 출시되길 바란다"며 자신이 직접 소장하길 원했다. 이처럼 9n년대생의 간절한 바람과 추억이 펀딩 내 26억 원이라는 액수를 모으며 '펀딩으로 응답'한 첫 사례가 됐다.
달빛천사를 시작으로 9n년대생들이 즐기던 추억의 게임 '퍼피레드' 역시 펀딩으로 컴백을 예고했다. 지난 2019년 11월부터 크라우디에서 시작됐던 퍼피레드의 모바일 버전 개발비 모금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은 과거 인기를 끌었던 퍼피레드의 모바일 버전 '퍼피레드M'의 출시를 위해 시작됐다.
퍼피레드는 2004년부터 약 13년 간 서비스된 게임이다. 아바타와 미니파크를 꾸미고, 애완동물 및 식물을 키우며 유저들과 채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콘텐츠를 주력으로 앞세웠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출시된 2010년 이후 유저들이 점점 줄었고, 결국 2016년 8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다만 '퍼피레드'를 13년 간 서비스한 트라이디 커뮤니케이션 이용수 대표는 서비스 종료 후에도 게임 지적재산권과 캐릭터 판권을 유지시켰다. 이후 소울핑거라는 새로운 회사를 세우고,퍼피레드 모바일 버전을 준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후 올해 10월 11일 퍼피레드M 공식 SNS 활동을 시작으로 부활을 알렸고, 트위터에서 첫 게시물을 올린 직후 실시간 트위터 순위에 #퍼피레드가 노출되기도 했다.
1차 펀딩 2000만 원, 2차(앵콜) 펀딩 500만 원을 목표로 했던 해당 펀딩은 각각 126%, 424%의 달성률을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한편 퍼레드M은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어 올해 4월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디지몬 어드벤처' 역시 펀딩에 동참했다.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 OST의 국내 정식 발매를 위해 진행된 해당 펀딩은 약 10억 원의 금액을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해당 펀딩 역시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 되지 않은 'Butter-fly(버터플라이)'와 'Brave Heart(브레이브 하트)'에 대한 발매 요청이 쇄도하는 것에 따라 기획됐다.
국내 버전의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승인을 받았지만, 음원 제작비 및 음악저작물 사용료 등 현실적인 부분에 의해 펀딩을 열게 됐고, 뜨거운 관심 속에 오픈 1시간도 채 되기 전 목표금액을 달성하며 큰 화제까지 모은 바 있다.
실제 디지몬 어드벤처 극장판 OST들은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각종 SNS 채널을 통해 커버, 연주 영상 등이 업로드되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국내 버전 발매 요청까지 쇄도하며 꾸준한 팬들의 관심도 받은 바 있다.
2000년대 초반 초·중등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구매해 봤을 잡지 '와와109' 역시 펀딩으로 돌아왔다. 2010년 폐간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와와109를 그리워하던 팬들의 요청에 펀딩으로 응답한 것이다.
와와109는 지난 7월 16일부터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와와109 한정판 패키지' 발간을 위한 펀딩에 나섰으며, 그 결과 펀딩을 시작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펀딩 목표금액인 2500만 원을 넘어섰다. 펀딩 기간이 10여 일 남은 현재(2020년 8월 4일 기준) 와와109의 펀딩 금액은1억 7000만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아쉽게도 주기적으로 발간될 계획은 없으나, 많은 이들은 추억 한 켠으로 사라질 줄 알았던 와와109의 한정판 발매 소식에 기뻐하며 '펀딩 인증'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