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규모가 한정적인 1인가구에게 꼼꼼한 경제관리는 기본 덕목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현금과 예금, 카드와 대출 등 금융사별로 나의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보니 아무리 잘 챙기더라도 한 번씩 펑크가 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최근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는 이 같은 고충을 안고 있는 1인가구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마이데이터란?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동의를 받아 은행이나 증권, 보험, 카드 등 전 금융사에 흩어져 있는 고객정보를 모아 소비자에게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라고도 불린다.
가령 A은행에서 마이데이터를 신청한다면 B은행, C보험, D증권 등에서의 나의 금융 정보를 A은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A은행은 이렇게 모인 금융 정보를 토대로 자산진단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텍스트로만 보자면 크게 와닿지 않아, 직접 마이데이터가 무엇인지 체험해보기로 했다.
마이데이터, 직접 체험해보니
마이데이터는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현재 사업허가를 받은 53개사 중 준비가 완료된 17개사가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은행은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전자는 급여통장, 후자는 생활비통장을 각각 개설해 사용 중이다. 두 개 은행 앱 모두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 알림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필자는 이중 기업은행 앱에서 가입해보기로 했다.
가입은 매우 간편했다. 데이터를 불러올 기관들을 선택하고 몇 번의 인증과정을 거치면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공인인증서 외에 네이버 인증서를 선택할 수 있는 점도 편리하게 느껴졌다.
은행 2곳과 보험사 1곳, 카드사 1곳의 정보를 불러오기로 했다.
이후 마이데이터 페이지를 보면 순자산과 지출, 신용점수 등을 차례로 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자산날씨’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단으로 내리면 자산리포트와 미래설계, 보험진단 등의 서비스가 마련됐다. 자산리포트에서는 메인페이지에서 봤던 자산현황을 조금 더 세부적으로 보여준다.
미래설계에서는 은퇴 후 나의 예상 연금수령액이 얼마나 될지를 예측한다. 보험진단에서는 현재 가입돼있는 보험을 분석해 어떤 항목에서의 보장이 부족한지 알려주고, 이를 채울 수 있는 보험상품을 추천한다.
기업은행은 이외에도 맞춤 채용정보를 추천하는 ‘커리어관리’와 ‘숨은 정부지원금 찾기’ 등의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또 ‘오늘의 금융팁’ 메뉴를 통해 다양한 금융 꿀팁을 소개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한 페이지에서 나의 모든 금융 정보를 확인하고 나니 훨씬 더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했다. 그저 ‘아무래도 연말이라 이번달엔 지출이 좀 많았지?’라고 짐작만 했던 것에서 ‘와 이렇게나 많이 썼다고?’로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금융사들, 마이데이터 경쟁 본격화
금융사들은 내달 본격 시행을 앞두고 마이데이터 소비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은 ▲자산포트폴리오를 공유하는 ‘머니크루’ ▲자산관리 시뮬레이션 ‘이프유’ ▲금융습관 ‘목표챌린지’ 등 자산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카카오페이는 기존의 맞춤형 금융자산·지출 분석 서비스인 ‘자산관리’를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개편, 소셜 데이터를 접목해 연령별 평균 금융데이터를 제공하는 ‘자산비교’ 기능을 새로 선보인다.
우리은행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 내역에 따라 이벤트 응모시 사용할 수 있는 활동지수를 부여한다. 또 육아휴직이나 실직, 이혼 등 특정 상황에서의 자산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금융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래의 나’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는 내달 1일부터는 제공되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금융사도, 정보 제공 범위도, 서비스 분야도 훨씬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마이데이터 서비스 역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가입하기 전에는 한 번 더 고민을 거치고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