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반려견이 생후 4개월을 막 넘기던 지난여름의 일이다. 갑작스럽게 강아지가 사료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불과 어제까지 사료 그릇만 들어도 발밑에서 오만 애교를 부리던 강아지가 갑자기 단식을 선언하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당시 출근 후 혼자 있을 강아지를 위해 자동 급식기를 사용 중이었는데, 퇴근 후 확인해보니 급식기 그릇에 사료가 수북하게 남아있었다. 아침에도 안 먹더니, 필자가 집을 비운 사이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은 것이다.
어디가 아파서 그런 건지,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곧장 향했다. 입맛 테스트용으로 수의사가 건넨 기호성 좋은 캔사료를 강아지는 허겁지겁 먹었다. 아픈 것은 아니라니 다행이었지만, 진짜 지옥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편식을 고치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가 시작됐다
강아지의 사료거부는 장장 3개월간 이어졌다. 누군가는 고작 3개월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길고 긴 눈물의 사투였다.
인터넷에서 나오는 방법들은 거의 한 번씩 거쳤다. 사료를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려 사료의 풍미를 더하는 방법은 딱 한 번 통했다.
종이 안에 사료를 넣어 계란판에 꽂아 노즈워크 하듯이 주기도 했었는데, 종이를 찢는 일에만 열중하고 사료는 먹지 않았다. 다른 노즈워크 방식도 대부분 결과는 비슷했다. 열심히 사료를 찾아 입에서 뱉어냈다.
그런 와중에 기호성이 좋다는 사료 샘플들을 구해 기호성 테스트를 몇 번이나 시도했다. 기호성 테스트는 종류별로 사료 알을 늘어놓고 가장 먼저 먹는 사료가 무엇인지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꼭 기호성 테스트 1위라고 사료를 본품으로 사면 다시 거부가 시작됐다.
강아지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동결건조사료도 이것저것 먹여봤다. 그러나 지갑사정이 넉넉지 않은 1인가구에게 동결건조사료는 사치이기도 했고, 강아지도 일주일은 잘 먹고 그후로는 먹다 말다를 반복했다.
습식사료 등을 토핑으로 얹어주면 그나마 잘 먹었지만, 이것도 오래 지속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어릴 적 딸의 편식이 심해 고생했다던 어머니의 말씀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어린 시절 저지른 잘못을 성인이 되어 받는구나 싶었다.
규칙과 기호성, 밸런스를 맞추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였다. 급여방법과 사료를 몇 번이나 바꾸면서 돈도 돈이지만, 반려견의 건강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강아지와 보호자 간의 일정한 규칙을 세우고, 거기에 강아지가 따르도록 방향을 새로 설정했다.
가장 먼저 지금까지 급여했던 사료 중 가격이 그리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강아지가 잘 먹었던 사료를 하나 골랐다. 완전히 자리가 잡힐 때까지 이것만 먹이기로 했다. 그리고 사료 급여는 아침 8~9시, 저녁 8~9시에만 주기로 정했다.
강아지가 사료를 먹지 않고 15분 정도 지나면 그릇을 치우고, 다음 급여 시간까지 아무런 간식도 주지 않았다. 이 과정을 필자의 반려견은 3일간 반복했다. 공복으로 인해 노란 거품토를 하면서도 사료는 먹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런 강아지를 보는 마음도 당연히 좋지 않았다.
그리고 4일째가 되던 날, 강아지는 백기를 들고 사료를 흡입했다. 그리고 이 규칙은 강아지가 생후 10개월차를 넘은 지금까지도 쭉 이어오고 있다. 아직도 어쩌다 한 끼 정도는 사료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칼같이 치우고 간식도 주지 않으면 알아서 다음 끼니는 잘 먹는다.
간식량도 되도록 적게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관되지 않은 간식급여가 강아지의 식습관을 해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식습관이 잡힌 후에는 상대적으로 사료거부 빈도가 높은 아침마다 삶은 채소를 갈아 토핑으로 얹어주고 있다. 거의 당근이나 브로콜리를 주고 있는데, 한 번 삶아두면 오래 먹일 수 있는 데다 기호성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TIP! 삶은 채소를 급여할 예정이라면 야채 스핀 다지기를 추천한다. 손쉽게 강아지가 먹기 좋은 크기로 채소를 다질 수 있는 효자템이다. 칼날이 분리되는 형태로 세척도 용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