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가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에는 여러 측면에서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부분에서부터 심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준비가 된 상태에서 반려동물을 들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만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되기도 한다. 필자는 반려견과 반려묘를 각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 강아지는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입양했지만, 고양이는 다리 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다. 흔히 말하는 ‘냥줍’이다.
갑작스러운 고양이와의 만남으로 한동안은 정신이 없었다. 아마 몇 년 전 고양이를 임시보호했던 경험이 없었더라면 더욱 패닉이지 않았을까 싶다. 반려묘 입양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집사’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려묘를 들이게 된 ‘초보집사’를 위해 기본적인 준비물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은 사료와 밥그릇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비싸고 좋은 것을 살 필요는 없다.
필자의 반려묘는 구조 당시 1kg이 채 되지 않는, 생후 2개월의 어린 고양이였다. 다행히 분유를 먹여야 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한동안은 사료를 물에 불려 먹여야 했다. 개체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고양이는 먹다 배가 부르면 남겨놓고 나중에 다시 먹는다.
이 때문에 어린 고양이라면 처음부터 크고 좋은 그릇을 사용하는 것보다 작은 그릇부터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의 경우 간장종지로 쓰던 작은 그릇을 고양이에게 내어주었다. 성묘를 입양했거나 고양이가 어느 정도 자랐다면 키에 맞는 사료그릇을 구매한다. 식기는 플라스틱보다는 도자기로 된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화장실과 배변모래도 필수품이다. 화장실은 처음부터 크고 넓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웬만하면 교체하지 않는 아이템 중 하나다.
배변모래는 벤토나이트와 두부모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두부모래는 관리하기 편하지만, 개체별로 호불호가 갈린다. 필자의 반려묘도 두부모래를 쓸 때는 배변실수가 잦아 벤토나이트를 쓰고 있다.
케이지(이동장)도 필요하다. 특히 어린 고양이는 정말 약해서 각종 질병과 부상에 쉽게 노출된다. 필자의 경우 9월에 반려묘를 입양한 후 예방주사와 감기, 링웜 의심증상, 눈꼽, 발가락 골절 등으로 10월과 11월엔 거의 매주 병원을 들락거렸다. 고양이와의 안전한 병원동행을 위해 케이지는 필수품이다.
장난감과 스크래쳐도 미리 준비해두면 좋다. 고양이별로 스크래쳐가 딱히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다. 필자의 반려묘가 그런 케이스인데, 돈 주고 산 스크래쳐 대신 소파를 긁고 있다.
하지만 장난감은 필수다. 야행성 동물인 고양이가 집사의 사이클에 맞춰 밤에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잠들기 전 15분 내외로 장난감으로 놀아준 뒤 밥주기를 꾸준히 며칠 반복하다 보면 밤에 잠드는 고양이로 거듭날 수 있다.
캣타워와 간식, 샴푸, 발톱깎이 등은 고양이가 집에 적응을 마쳤을 때 구매해도 좋다. 복층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면 굳이 별도의 캣타워를 두지 않아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필자의 반려묘도 캣타워는 아예 사용하지 않고, 복층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입양 초기에는 생각지 못한 지출이 발생할 수 있음을 염두해둬야 한다. 의욕이 앞서 여러 제품을 미리 구매하다 보면, 아예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버리는 제품들이 생길 수도 있다. 꼭 필요한 제품들만 구비해두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필요한 시기가 됐을 때 하나씩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소비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