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월세 40~50만원짜리 월세를 구하려면 일반적으로 적게는 500만원부터 많게는 2000만원의 보증금이 필요하다. 이보다 낮은 금액으로 집을 구하려면 반지하나 옥탑 등으로 밀려나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제 갓 20대가 된 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의 경우 월세는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다 해도 목돈인 보증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몇백, 몇천의 보증금을 감당하려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지 못하는 이들은 4~5평짜리 원룸도 얻지 못해 고시원 등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무보증금의 월세 원룸을 중개하는 ‘홀로스탠딩’이다. 어떻게 보증금 없는 원룸이 가능한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김준영 홀로스탠딩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홀로스탠딩의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1인가구가 보증금 없이도 월세방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저희가 방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보증금 없이 방을 내줄 수 있도록 임대인을 설득한 뒤 임차인을 매칭하는 것이다.
임대인들에게는 임차인이 보증금 없이도 월세를 밀리지 않을 청년임을 보증하는 보증서를 전달한다. 임차인은 홀로스탠딩이 마련한 자체 심사 시스템에서 통과가 되어야지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직접 월세를 납부하지만, 우리는 임차인에게 영업일 기준 3~5일 정도 미리 월세를 받은 뒤 월세일에 임대인에게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도 하고 있다.
만약 임차인의 사정으로 제때 월세 납부가 불가능하더라도 홀로스탠딩이 미리 월세를 내고 향후 임차인에게 받는 구조다. 임대인은 월세 밀릴 걱정이 없고, 임차인은 편한 소통이 가능해 둘 다에게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Q. 홀로스탠딩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보증금이 높게 형성돼 있다. 서울 기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의 기준으로 돼 있는데, 사실상 월세의 약 20배를 보증금으로 내는 셈이다. 월세 계약이 보통 1년 계약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12개월간 월세를 전부 내지 않아도 600만원이 밀리는 거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큰 보증금을 낸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의 경우 월세의 2배 정도를 보증금으로 받는다. 미국과 영국 이런 나라들도 디파짓(Deposit),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보증금을 월세 1개월치만 받고 있다. 보증금은 딱 그 정도만 받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는 임대인들이 임차인들에게 받은 보증금으로 목돈을 모아 투자를 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보증금을 많이 받다가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보증만 해주면 되는 형태로 부동산시장이 바뀌고 보증금도 낮아졌다. 일본의 이런 모습에 착안해 다른 나라의 관련 제도들을 많이 벤치마킹 해서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
Q. 어떤 분들이 주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A. 서비스 이용자의 97%가 2030 청년 세대다. 사회초년생분들이 주로 많이 이용한다. 보증금 때문에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 싫거나 이제 갓 취직해서 보증금 마련이 어려운 분들, 은행 거래 이력이 없어서 대출이 원활하게 나오지 않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3년간 누적 신청 건수는 3만~4만 건 정도 되고, 실제 계약한 건수는 대략 몇천 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한 달에 몇십 건, 많게는 100건 단위까지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Q. 앞서 언급한 자체 심사 시스템은 어떤 것인가?
A. 홀로스탠딩이 제일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게 바로 이 부분,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이다. 우리는 ‘임차인의 재무적 성향’이라고 표현한다. 당장 돈을 얼마만큼 벌고 있고 이런 것도 물론 들어갈 수 있겠지만, 임차인의 재무성향을 중점적으로 본다.
평소 재무성향이나 재무적 건전도 같은 것을 보고, 개인 성향 요인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다. 자체적으로 보는 리스크 요소들은 또 얼마만큼 있는지, 평상시 라이프스타일은 어떤지 등을 본다. 총 22개 항목들을 통해 최종적으로 임차인의 재무성향을 216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한 달이 넘어도 월세를 내지 않는 경우의 비율을 ‘사고율’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서비스 초기에 시스템이 정립되기 전에는 사고율이 1% 수준이었다. 그러나 서비스를 시작하고 3년간 심사시스템이 점차 안정됨에 따라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Q. 무보증금이라고 하면 흔히 좋지 않은 방 내지는 허위라는 선입견이 있지 않은가?
A.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우리는 '좋은 방'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그냥 일반 원룸일 뿐이다.
상시 2000~3000동을 확보 중인데, 이 중에는 신축도 있지만 구옥도 있다. 일반 부동산 플랫폼과 다를 바 없이 월세가 높으면 좀 더 좋은 집, 월세가 낮으면 컨디션이 다소 떨어지는 집이 많다. 기존 일반 원룸들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보증금이 없을 뿐이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서비스가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어서 앞으로는 서비스 지역을 서울 전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또 보증금이 없다고 하면 '안 좋다', 혹은 '사기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도 꾸준히 이어갈 생각이다.
더 나아가 많은 분들이 사회초년생이나 학생들이 몇천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마련할 때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더 당연한 것은 이 사람들이 부모님 지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고시원이나 반지하, 옥탑방으로 내몰리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옳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자신의 최저 주거환경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헌법 내용을 홀로스탠딩의 미션으로 삼고 있다. 월세만 낼 수 있다면 원하는 주거형태에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국내 임대차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