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나 문자만으로 연락하던 시절이 지난 지 오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시대이고, 그 소셜미디어의 숫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관계의 숫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을 의미한다.
그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익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소셜네트워크 공간, 온라인 커뮤니티가 유일했다.
소수의 친구와 진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이 예전의 ‘관계 맺기’였다면 이제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를 중심에 두고 분류’∙관리한다. 친하다/안 친하다가 아닌 선망의 대상인 ‘인친’∙함께 덕질하는 ‘트친’∙동네에서 만나는 실제 친구 ‘실친’과 같이 목적 위주로 관계를 분류한다.
수많은 인간관계에 각종 인덱스를 뗐다 붙였다 하며 관계의 효용성을 극대화한다는 의미를 담아 우리는 이것을 ‘인덱스 관계’라고 부른다.
이러한 ‘인덱스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은 흥미롭게도 두 가지 대립하는 관계성으로 나뉜다. 앞서 말했듯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들고 관리하거나 혹은 완전한 우연에 기대어 ‘랜덤’한 방식으로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이 2가지 상반된 내용은 이미 우리 생활 속 놀이와 SNS 기능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에어드롭 놀이
에어드롭은 애플 기기 간 사진이나 영상 등 전송을 복잡한 절차 없이 한 번에 보내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이다. 사람들은 이를 일종의 ‘놀이’로 승화했다. 에어드롭 기능을 켜면 반경 9m 안 사람들과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유머 ‘짤’들을 주고받기도 한다.
평소 찾기 어려운 낯선 타인과 우연한 만남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관계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그 순간을 즐기는 데 초점을 두는 인덱스 관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례이다.
과거 학연 지연 같은 인연에 의해 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우연에 기대는 ‘랜덤’ 방식으로 관계를 무한히 확장한다. 그리고 혹여나 일회성으로 끝나는 관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갖거나 더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기능
인스타그램은 일찍이 ‘친한 친구 기능’을 도입했다. 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팔로우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줄지, 혹은 조금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싶은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보여줄지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친한 친구’ 기능은 사용자가 직접 선택한 친구들로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에게만 스토리를 공유할 수 있어 더욱 개인적이고 친밀한 소통이 가능하다. 해당 리스트는 사용자 본인만 볼 수 있으며, 언제든 간편하게 편집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기능으로 트위터 또한 ‘트위터 서클’ 기능을 지난 8월 출시했다. 인스타그램 ‘친한 친구 기능’과 마찬가지로, 트윗을 올리기 전에 누구와 공유할 것인지 미리 지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지난 5월부터 일부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정식 출시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에어드롭 놀이’와는 완전히 다르게 완벽한 통제하에 관계를 분류하는 사례이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관계를 형성하고, 목적에 따라 자신의 사생활을 보여줄지 말지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