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이 디지털로 이동함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달리 디지털 서비스에 상대적으로 약한 재래시장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재래시장을 활성화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배달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자치구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1인가구 배달앱 서비스 제안’ 보고서는 서울시 내 371개의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배달앱 서비스를 제안했다.
현재 재래시장의 배달 서비스는 주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놀러와요 시장 ‘놀장’ 등이 있으며 배달앱 플랫폼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에서도 재래시장 맛집 배달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다만 이같은 플랫폼을 사용 중인 재래시장 수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연구원이 1인가구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2%는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경험이 있으며 구매했거나 구매할 의사가 있는 상품은 음식(25%)과 식자재(24%), 식료품(20%) 등 대부분 식품 위주였다.
이들은 재래시장의 장점으로 저렴한 가격(49%)을 꼽은 반면, 청결 문제(38%)와 이동 및 이용의 불편함(26%)을 단점으로 여기고 있었다. 재래시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서비스로는 디지털화(32%), 배송(18%) 등의 답변이 많았다.
연구원은 재래시장 상인회 매니저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재래시장 상인들은 이미 배달 플랫폼 활용을 통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복잡한 법적 서류 절차와 상인들의 높은 연령대 등이 참여율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되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를 토대로 재래시장의 가까운 접근성과 소량구매가 가능한 점을 활용해 배송비 절감 및 소량 구매가 가능한 재래시장 배달앱을 제안했다.
이 앱은 지역별로 인접해 있는 재래시장과 연결돼 소비자가 주문을 실행하는 경우 동네 시장과 매칭된다. 배송 지역이 한정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묶음 배송이 돼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보고서는 “재래시장을 위한 배달앱 서비스는 상인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주문의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수적”이라며 “50~60대의 전유물이었던 재래시장이 1인가구의 젊은 세대들과 연결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7일장 형태로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도시마을농부시장연합회’(Urban Village Farmers Market Association)가 ‘왓츠굿’(Whats Good) 플랫폼을 통해 캘리포니아 지역 생산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해당 플랫폼은 지역 생산품을 소비자에게 직·공급하는 플랫폼으로 16개 주를 대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소비자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플랫폼을 통해 주문하면 일요일에 연합회가 시장이 열리는 장소에서 주문 제품을 받는 방식이다. 지역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농산품의 이동 거리가 짧아 신선하게 공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의 유명 지역 시장 중 하나인 캠든 마켓은 디지털 플랫폼 ‘굿 식스티’(Good Sixty)와 제휴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굿 식스티는 영국 전역의 도시에서 자치구 시장과 동반관계를 맺어 소비자들이 다양한 물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영국의 한 보고서는 이 서비스는 지역 사회에 60%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줬으며 홍보가 어려운 소규모 상인들을 돕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