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 구독자들의 구독 생활이 좀 더 편해질 전망이다. 티빙·웨이브의 합병 가능성이 다시 한번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뜬소문’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 합병이 실현되면 넷플릭스가 오랜 기간 차지하고 있던 ‘1위’의 자리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모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티빙의 최대 주주 CJ ENM과 웨이브의 최대 주주 SK스퀘어는 자사 OTT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양사는 이달 초 합병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전해진다. CJ ENM이 합병 법인의 최대 주주에 오르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되는 구조다.
양사의 합병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MNO사업부장으로 있던 지난 2020년 한 행사장에서 ‘웨이브는 티빙과 합병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에도 양사가 합병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졌으나 역시 ‘합병설’ 단계에서 흐지부지 됐다.
그러나 엔데믹, 시장경쟁 격화 등으로 OTT 시장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분기 넷플릭스 가입자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으며 디즈니+는 지난 2분기에만 1170만명이 이탈했다.
후발주자인 쿠팡플레이의 선전도 이번 합병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기존 국내 OTT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순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쿠팡플레이가 티빙을 앞지르고 2위에 올라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쿠팡은 월 구독료 4900원을 지불한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무료로 쿠팡플레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K리그 및 해외축구나 미구 프로풋볼(NFL) 등 스포츠 콘텐츠 특화 전략을 통해 사용자들을 유인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OTT 서비스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가 1137만명으로 가장 많고 쿠팡플레이가 527만명으로 뒤를 잇는다. 티빙은 510만명, 웨이브는 423만명이다.
양사의 손실규모가 커져가는 것도 이번 합병에 무게를 실었을 것으로 보인다. 티빙의 적자 규모는 2020년 61억원에서 지난해 1192억원으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 3분기에도 1177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웨이브의 손실규모는 올해 3분기 기준 797억원에 달한다.
이에 티빙과 웨이브는 출혈경쟁을 멈추고 대형화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 하에 합병 결단을 내렸다. 업계에선 양사의 합병을 통해 MAU 1000만명에 달하는 공룡 플랫폼이 탄생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타나고 있다.
그간 두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며 다달이 적지 않은 구독료를 지불해야 했던 소비자들도 양사의 합병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티빙과 시즌의 기업결합심사 당시 양사 합산 점유율이(18.05%)이 넷플릭스(38.2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합병을 승인했다. 그러나 티빙과 웨이브의 합산 점유율은 약 32% 수준이어서 심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