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에 이은 제4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나서는 기업과 단체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경쟁 촉진을 이유로 언제든 신규 은행업 신청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다.
최근 출사표를 던진 곳들은 N잡러, 소상공인 등 기존 금융권의 사각지대에 있던 고객들을 공략하겠다고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금 신고·환급 도움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 6일 ‘삼쩜삼뱅크’라는 이름으로 내년 초 인터넷은행 예비 인가를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근로소득자는 물론 소상공인,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N잡러를 주요 고객으로 타겟팅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삼쩜삼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과 N잡러에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쩜삼은 지난 2020년 5월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누적 가입자 수가 1800만명에 달한다. 인터넷은행 출범시 빠르게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지역협의회 등 16개 소상공인 단체는 같은 날 소소뱅크 설립준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소소뱅크는 소상공인의 직능과 지역, 계절 등 특색을 고려해 소상공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설립준비위는 내년 2월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소상공인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 운영사 KCD도 내년 상반기 중 ‘KCD뱅크’(가칭) 인가 신청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CD는 당초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다가 최근 인터넷은행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틀었다.
당국은 지난 5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진행해왔다. 이후 7월 세부방안 발표에서 과점적 구조의 은행산업을 자유로운 진입이 가능한 경합시장으로 전환하겠다고 공표했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을 발표한 후 신규 인가 신청 및 심사가 진행돼 왔으나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가 있다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신규 인가를 내는 상시 인가 체제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신규 인가를 받는 곳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은행업의 특성상 자본력 확보가 관건인데 최근 출사표를 내민 사업자들 중 금융사를 파트너로 확보한 곳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앞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전통 상업은행의 투자를 유치하며 재무적 안정성을 담보했다.
특히 세 곳 모두 상대적으로 연체율 리스크가 큰 소상공인·프리랜서를 주요 고객으로 내세운 만큼 자본력 확보가 중요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금융당국 역시 제4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서두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신청이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지만 오랜 기간 영업을 지속해오며 그 성과와 국민경제에 대한 영향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져 온 기존 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의 경우 현재 영업 중인 3개사의 성과 및 국민경제 영향에 대한 평가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