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가운데 호텔의 PB 상품을 구입해 집에서 호캉스 분위기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 플라자는 최근 호텔의 시그니처 향을 담은 ‘더 플라자 퍼퓸 핸드크림’을 출시했다. 더 플라자의 자체 브랜드 ‘P-Collection(피 컬렉션)’은 디퓨저와 룸앤패브릭스프레이, 유아 샤워가운, 양말 등 상품군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피 컬렉션은 작년 12월 매출이 전년대비 약 80% 신장할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퍼퓸 핸드크림은 더 플라자의 시그니처 향 ‘퍼퓸 데 브와’의 유칼립투스 향과 우디 향을 조합한 것으로, 휴대가 간편해 언제 어디에서나 호텔의 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시그니처 향 ‘어반 포레스트’를 담은 ‘센티크 리퀴드솝 바디워시·바디밀크’ 등을 출시하고 자체 스토어에서 판매 중이다. 숲속 나무 향기와 흙내음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글래드호텔 역시 샴푸·컨디셔너·바디워시 등으로 구성된 어메니티 세트를 판매 중에 있다. 글래드는 지난 2020년 글래드 샵을 오픈해 다양한 호텔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2021년부터는 글래드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느낄 수 있는 향을 담은 디퓨저와 룸 스프레이 등 호텔 시그니처 향을 담은 굿즈를 판매해 왔다. 글래드 향기 관련 굿즈 판매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신라호텔은 글로벌 뷰티그룹 ‘로레알’과 함께 화장품 브랜드 ‘시효(SHIHYO)’를 론칭, 스킨케어 및 헤어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난티는 지난해 4월 ‘이터널저니 온라인몰’을 오픈, 어메니티와 향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호텔업계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관광이 멈춘 팬데믹 시기 숙박업에 큰 타격을 입자 PB 사업에 뛰어들었다. PB 상품 출시가 예상보다 소비자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엔데믹으로 전환된 후에도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호텔 PB 제품의 인기요인 중 하나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트렌드가 꼽힌다. 스몰럭셔리는 작은 사치로 만족감을 얻는다는 뜻으로, 명품가방이나 자동차 등 고가의 사치품을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이들이 비교적 저가의 제품으로 사치를 부린다는 것이다.
스몰 럭셔리는 경기불황이 심화되면서 더욱 유행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물가상승에 하나둘 지갑을 닫는 와중에도 ‘가심비’(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스몰 럭셔리를 통해 마음을 달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룸 스프레이, 디퓨저 등 호텔의 향기를 담은 PB 제품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호캉스를 즐기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매번 호캉스를 떠나기 어려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3월부터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일회용 어메니티 비치 및 사용이 제한되는 것 역시 호텔 PB 제품의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개정안은 객실 50개 이상인 숙박업체의 일회용품 사용 제한을 골자로 하고 있다.
조선·롯데 등 대형호텔들은 이미 자체 개발한 디스펜서나 대용량 욕실용품을 비치하며 대응하는 한편, 일회용 어메니티를 대체할 수 있는 PB상품 등을 출시하며 숙박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