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 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이동통신사 간의 경쟁을 활성화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단통법 폐지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통신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단말기 구입 비용이 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타나는 반면, 일각에서는 통신비 부담 완화에 단통법 폐지가 그리 크게 기여하진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겠고 밝혔다. 통신사 및 유통사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해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입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매할 때 제공되는 지원금과 관련해 기업이 객관적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지원금 상한선을 둬 소비자 차별을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2012년 벌어진 ‘갤럭시S3 17만원 대란’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일명 ‘떴다방’ 혹은 ‘성지’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에서 당시 최신모델이었던 갤럭시S3를 17만원에 구할 수 있다는 정보가 퍼졌고, 해당 판매점에서 밤새 줄 서서 기다리는 등의 대란이 벌어졌다.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인해 출고가가 99만4000원에 달하던 신제품의 가격이 17만원까지 떨어진 것이다. 정보에 밝은 젊은층이 비교적 쉽게 저렴한 가격에 신제품을 구입하는 동안 일부 소비자는 외면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단통법 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과열 경쟁을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이와 함께 통신3사의 경쟁사 고객 유인 경쟁도 거의 없어졌다. 이에 단통법이 통신사간 단말기 가격을 담합하라고 부추긴 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가계통신비에서 단말기 구입비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통해 단말 구입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이후로도 각 이통사는 원하는 만큼 기본 지원금을 책정할 수 있다. 2017년 단통법 개정을 통해 기본 지원금에 상한제한을 두는 조항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로도 법 제정 전과 같은 지원금 출혈경쟁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단통법 폐지의 핵심은 추가지원금 상한(공시지원금의 최대 30%)을 폐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이통사가 기본 지원금을 낮게 책정하면 사실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게다가 월 요금의 25%를 할인하는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유지할 방침이어서 상한이 없어지더라도 이통3사가 추가지원금을 높게 잡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과거 출혈경쟁이 벌어졌던 시기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단통법이 처음 시행되던 시기만 해도 3G에서 LTE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 한 명이 아쉬웠지만, 현재는 3사 모두 정체기에 진입한 상태여서 고객 유치를 위한 지원금을 뿌릴 유인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최근으로 올수록 비대면 채널을 통한 서비스 가입이 확대되면서 단통법과 무관한 통신비 지출이 많아졌다는 점도 단통법 폐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를 남기고 있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 등을 위해 국회와 논의를 거치고 소비자, 업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다만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데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이번 국회에선 통과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