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놓였다.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인 정기선 부회장이 지난해 말 HD현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때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의 오는 27일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원회 부정당업자 제재 심의를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역임한 김성한 전 실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는 소식이 알려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불법 군사기밀 탈취 혐의로 방사청 제재 심의를 앞둔 가운데, 현 정부의 정치권 인사인 '살아있는 권력'을 영입하는 것은 이번 제재를 완화해보고자 하는 포석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전 실장은 국가 외교 및 안보 관련 전문가로, 조선·해양 플랜트, 그린에너지 산업 등 HD한국조선해양의 주요 사업 영역과의 거리가 먼 인사라는 지적이다.
또 김 전 실장이 과거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쪽 인사로 분류되던 인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 전 실장은 정 이사장의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로 재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오너가(家)와의 인연으로 이번 영입이 추진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를 두고 여러 언론 매체에서 비판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사라진 기사도 있는 것을 보니 사측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습(?)의 정황도 엿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측에서는 언론 취재가 이어지자, 김 전 실장에 대해서는 다음 달 주주총회까지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계속 말하다가 진짜 김 전 실장이 사외이사로 선임이 된다면, '그럼 그렇지'가 되는 상황도 찝찝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놓고 로비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 제재를 결정해야 하는 방사청의 입장도 난감해진다.
물론 총 7조 8000억원 규모의 KDDX사업은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선 쉽게 놓긴 사업이긴 하다.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사안이 어떤 결말을 맞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KDDX사업은 지난 2012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 사업을,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사업을 수주했다.
방사청이 올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단계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제재 수위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의 경쟁에서 링 위에 올라가지도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 비인가서버로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직원들이 최종 유죄 판결을 확정받으면서 이번 일을 겪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