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자진반납 유도에도 반납률은 2% 수준
보상 확대 필요성…사고방지기능 차량으로 교체 유도도 고려할 만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자진해서 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운전자는 100명 중 2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면허반납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책 시행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생계유지를 위해 운전이 반드시 필요한 고령자를 위한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 비중은 17.6%로 2018년(13.8%) 대비 3.8%p 증가했다. 경찰청의 ‘노인운전자 연령대별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고령 운전자 중 80대 이상은 같은 기간 7.4%에서 8.2%로 늘었다.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2018년부터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를 시행 중이다. 고령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면허를 반납할 경우 현금성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서울·대전·천안·대구 등은 10만원의 교통카드를 지원하고, 제주는 교통카드 지급에 더불어 연 24회의 행복 택시 무료 이용권을 지급한다. 경기는 지역화폐 10만원을 지원하고 부산은 협력 음식점 및 병원에서 최대 50% 할인 혜택을 받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운전면허 반납률은 매우 낮다. 최근 5년간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매해 2%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2년에도 2.6%에 불과하다. 고령 운전자 수가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하더라도 낮은 수준이어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9년 333만7165명에서 지난해 474만7426명으로 42.3% 증가했다. 특히 75세 이상은 같은 기간 79만4285명에서 100만906명으로 늘어나, 처음으로 초고령 운전자가 100만명대를 넘어섰다. 경찰청은 2040년 65세 이상 운전자가 13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도 사고 예방을 위한 수단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종 면허 기준 75세 이상은 3년마다, 65~74세는 5년마다 적성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 65세 미만 운전자의 적성검사 주기(10년)보다는 짧지만 시력검사 등 형식적인 검사만 이뤄지고 있어 실제 운전을 판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과 독일 등은 ‘조건부 면허’를 도입해 주기적으로 운전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운행 거리와 운행 시간, 속도 등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진면허반납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체 교통수단 제공, 보상 확대 등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생계를 이유로 운전이 반드시 필요한 고령자도 있는 만큼 현실적인 사고 방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농촌 독거노인의 경우 교통수단의 제약이나 생계 등을 위해 운전을 놓을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삼성화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량에 비상 자동 제동장치(AEBS)를 장착한 고령 운전자는 미장착 운전자보다 추돌사고 발생율이 2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 운전자에겐 AEBS 장착 차량을 운전하는 조건으로 조건부 면허를 도입하거나 사고 예방을 위해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갱신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