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반(反)트렌드 동시에 보여 ...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파편화 의미"
즐겁고 흥미로운 콘텐츠 소비 경험을 추구하는 트렌드 ‘도파밍’과 일상 속 범람하는 즉각적인 쾌락에 피로감을 느껴 콘텐츠 소비를 줄이는 ‘도파민 디톡스’가 동시에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재미와 경험을 좇는 소비자들, 지금은 도파밍(Dofarming) 시대>에 따르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극적이거나 익살스러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다.
‘도파밍(Dofarming)’이란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Dopamine)’과 게임 용어인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 도파민을 파밍(수확)한다는 의미다.
기업에서는 이런 ‘도파밍’ 현상을 브랜드에 접목해 즐거움과 재미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도파민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떤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자.
즉각적 쾌락 추구하는 '도파밍'
■ 팝업 스토어 열풍
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도파밍 트렌드를 활용해 고객의 체류 시간 증가를 도모하고 있다.
과거 팝업매장을 떠올리면 크리스마스 등 한해의 특별한 날을 위주로 보여졌다면, 최근에는 며칠 반짝 운영하고 사라지는 팝업 매장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인기있는 팝업매장은 줄이 너무 길어 번호로 호출이 오면 그제서야 입장할 수 있다. 이런 팝업 매장을 구경하기 위해 번호표를 뽑아 대기까지 걸어두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팝업 매장이 인기를 얻는 비결로 고객으로 하여금 쇼핑과 동시에 즐거운 경험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 밈 적극 활용한 농협은행
밈(meme)은 인터넷과 SNS에서 퍼져나가는 문화와 유행을 총칭한다. 밈은 잠재적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확산한다는 특징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기업의 크고 작은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이에 농협은행도 ‘농협은행 밈’을 활용해 마케팅을 실시했다. 농협은행 밈이란, 한 외국인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농협은행’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발음이 확실하지 않아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에게 ‘너무 예쁘네’라고 칭찬한다고 오해한 내용의 영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농협은행은 소비자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해당 밈을 활용해 지난 9월 배우 한소희와 광고를 진행했다. 기존 ‘오랜 은행’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농협은행이 유행하는 밈을 활용해 광고하자 소비자들은 이미지 반전에 다소 놀라는 반응을 보이며 대중들 사이에서만 유행하던 밈이 실제 광고에까지 활용된 것에 즐거움을 표하고 있다.
즉각적 쾌락 외의 힐링 좇는 '도파민 디톡스'
눈을 돌리면 언제나 즐거운 자극이 도사리고 있는 현대 사회 속 ‘도파밍 트렌드’의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즉각적인 쾌락을 줄이고자 하는 ‘도파민 디톡스’도 또 다른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도파민 디톡스’는 개인 차원으로는 ‘스크린 타임 챌린지’로, 기업 차원으로는 '도파민 디톡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 스크린 타임 챌린지, 스마트폰 제한 박스 및 앱 활용
도파민 디톡스를 위한 개인적 차원의 활동은 ‘스크린 타임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이는 최근 유행하는 쇼츠나 릴스 등 짧은 자극과 즐거움으로 시간을 잡아먹는 숏폼 콘텐츠 소비 등의 ‘도파밍’ 활동을 줄이기 위해 휴대폰 사용 시간을 자발적으로 제한하는 챌린지다.
휴대폰을 넣어두면 일정 시간 잠겨 열지 못하는 보관 케이스와 같은 상품이 판매되는 것, 휴대폰 사용에 방해 화면을 걸어 무의식적인 앱 클릭을 막는 앱 출시 등도 같은 맥락이다.
■ 도파민 디톡스 정책을 고수하는 북카페
시도 때도 없는 연결과 자극의 환경, ‘도파밍’에 피로감을 느낀 현대인들을 위해 대화나 휴대폰 사용 금지 정책을 고수하며 ‘도파민 디톡스’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북카페는 이용 시작 전 휴대폰을 반납하는 콘셉을 적용했다. 노트북 사용도 금지다. 책을 읽고 자기 자신에만 몰입하자는 의도다. ‘영감을 받는 몰입하는 공간’이라는 컨셉으로 도파민 디톡스가 또 다른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사례다.
■ 도파민 디톡스 도와주는 숙소
혼자의 힘으로 도파민 디톡스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전파를 차단해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는 숙소도 있다. 숲 체험, 요가, 글쓰기, 음악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자연 친화적인 숙소에서 자연과 내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도파밍 트렌드를 적극 수용하고 즐기며 밈(meme) 큐레이터를 자청하는 사람도 있고, 도파민 디톡스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해당 경험이 용이한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과 SNS 발달로 무비판적으로 트렌드를 접할 수밖에 없는 지금, 사회 흐름에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의 균형잡힌 라이프 스타일을 능동적으로 고민해 보는 태도는 모두에게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