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선정산 대출’ 5년간 1조8000억원…이자액만 41억원 달해
정부, 이커머스 판매대금 정산주기 단축 방안 내놓을 듯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대금 정산 주기가 꼽히고 있다. 이에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의 정산 방식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오픈마켓 판매 대금 정산 주기를 법제화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체별 정산 주기는 최소 일주일에서 최대 2달까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티몬·위메프의 정산주기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긴 편이었다. 티몬은 입점업체의 대금을 판매월 말일로부터 40일 후, 위메프는 두 달 후 7일에 지급한다. 입점업체는 물건이 팔리더라도 실제 돈을 입금받기까지 빠르면 40일에서 최장 70일까지도 소요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플랫폼은 최장 70일간 자금을 굴려 이자 수익을 챙기거나 현재 드러난 사태처럼 모기업 지원 등에 악용될 수도 있다.
다만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정산 주기를 단축해 왔다. 11번가는 2020년 10월 업계 최초로 ‘빠른 정산 서비스’를 도입해 집화 완료 다음 날 곧바로 정산금을 지급한다. 일반 정산 역시 늦어도 10일 내외로 정산이 완료된다.
G마켓은 스마일 배송 입점 판매자를 대상으로 물건 출고 다음 날 정산하며, 일반 정산도 배송 완료 후 9영업일 안에 대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빠른 정산 시스템을 도입한 쿠팡의 경우 구매확정 후 다음 날 매출금액의 90%를 체크카드로 정산한다. 일반 정산은 ‘주 정산’과 ‘월 정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판매대금을 모두 받기까지 40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매월 2회 고정 정산일이 정해져 있으며 특정 대금 정산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 2영업일 이내 정산된다.
이커머스 정산주기, 왜 이렇게 들쭉날쭉일까?
원인은 ‘법적 규제 부재’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금 정산은 최장 60일을 넘길 수 없다. 그러나 이커머스는 이같은 법적 규제 대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즉 이커머스 정산주기에 관련한 규제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선정산 대출’ 상품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미정산된 판매내역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금리는 통상 연 10% 안팎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플랫폼 입점업체가 대금 정산을 대출로 먼저 받은 건은 약 1만3000건으로 그 액수는 1조8130억원에 달한다.
이커머스의 정산 지연으로 인해 판매업체는 내지 않아도 되는 빚을 내고 높은 이자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같은 기간 이 상품을 통해 발생한 이자액은 41억1800만원에 이른다. 이자는 대출이 이뤄지기 전 먼저 공제하는 선취 이자 방식이었다.
티메프 사태 후 국회에서는 이커머스의 정산주기와 관련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거래공정화법’과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법’은 각각 재화 등 판매대금의 지급 기한 조항을 담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정산 주기 단축과 함께 판매대금 유용을 방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5일 정부는 티몬·위메프 사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커머스 판매대금 정산주기 축소·판매대금 예치확대 등 제도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대응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을 조만간 마련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판매대금 정산주기 단축과 정산대금을 쌈짓돈처럼 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에스크로 전면도입 등이 유력한 개선책으로 꼽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