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정산지연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똑똑한 재테크’로 통했던 상테크가 종말을 맞았다는 평이 나온다. 

상테크란 상품권을 이용한 재테크를 가리킨다. 온라인에서 할인된 가격에 문화·도서상품권 등을 구매하고 액면가를 타사 포인트(또는 기프티콘 구매)로 전환해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상품권 구매 시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이용실적 및 항공 마일리지 적립 등의 혜택까지 볼 수 있다. 

통상 현금성 쿠폰이나 상품권의 할인율은 3~5% 수준이지만, 티메프는 올 초 8~10% 할인된 금액으로 상테크족을 끌어모았다. 소비자는 상품권을 많이 구매할수록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티메프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상품권 회사들로부터 6.5%의 판매수수료를 수취하고 자기부담금 1.5%를 더해 액면가 5만원의 상품권을 8% 할인해 4만6000원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신용카드 수수료(1.5%)가 발생해 최종적으로 3%의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티메프가 상품권을 높은 할인율을 내세우며 판매에 나선 것은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티메프는 상품권을 판매하고 40~70일 후에야 판매대금을 상품권 회사에 지급하면서 그 돈을 경영자금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티메프는 월평균 2300억원어치의 상품권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티메프에서 구입한 일부 상품권이 사용도, 환불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환불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가 담당한다. 당초 PG사들은 소비자 구제를 위해 우선 결제취소를 진행한 뒤 구상권 청구를 통해 티메프로부터 관련대금을 받아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들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PG사가 손해를 막기 위해 환불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모두 소비자가 떠안게 된다. 

이에 이달 초 일부 상테크족 소비자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일 ‘해피머니 피해자 모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피해자 구제 대책 촉구 집회를 열었다. 

 

휴지조각 된 ‘해피머니’...
뒤늦게 조명받는 상품권 시장 

티메프에서 대표적인 인기 상품으로 꼽혔던 해피머니 상품권은 한 순간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티메프 사태에 대한 우려로 주요 외식 업체 등 해피머니 취급점 상당수가 상품권 결제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발행처인 해피머니아이엔씨도 직격탄을 맞았다. 당초 해피머니는 티몬으로부터 미정산 금액 중 일부 입금을 약속받고 환불을 진행해왔지만, 티메프의 기업회생 결정으로 더 이상의 처리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최근 해피머니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고객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으로, 비상체제를 운영해 관계 기관 및 외부 요청사항에 협조하고 있다”며 “환불 절차 및 서비스 재개 등 향후 처리방안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 및 전문가 지침에 따라 처리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상품권 시장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비한 제도가 소비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서다. 

앞서 정부는 1961년 상품권법을 제정해 상품권 시장을 관리해왔으나 1999년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을 폐지했다. 이후 수많은 유통업체가 상품권 발행에 나섰고, 이커머스 시대가 도래한 후 상품권은 선불전자지급수단 형태로 진화했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은 일정 금액을 충전해 제3자가 판매하는 재화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는 페이나 포인트를 말한다.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상품권은 현금에 준하는 가치를 갖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규제가 미비했던 점이 오늘날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먼저 내달 15일부터 시행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체의 등록 면제 기준을 강화, 모바일 상품권을 규율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발행잔액 30억원 미만인 업체에 대해서만 등록이 면제됐으나 앞으로는 ‘연간 총발행액 500억원 미만’이라는 기준이 추가되는 것이다. 아울러 선불충전금에 대한 100% 예치·신탁을 의무화해 선불업자가 파산하더라도 선불충전금의 환불을 보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여전히 일부 기업만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만큼 완전한 사각지대 해소는 아니라는 평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