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은 전기차에만 방점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배터리 제조사 공개 등 관련 대책 마련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 등 전반적인 배터리 안전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차를 제외한 배터리 화재 건수는 총 612건으로 2019년 51건에서 지난해 179건으로 5년 만에 251% 증가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전동킥보드 화재는 46건에서 114건으로, 전기자전거는 2건에서 42건으로 급증했다.
배터리 화재사고 612건 중 51%는 과충전이 원인으로 꼽혔다. 비충전 중 화재는 60건으로 9.8%에 불과하고, 주차 중에 발생한 화재도 49건으로 8% 수준이었다. 장소별로 보면 공동주택(48.9%)에서 발생 건수가 많았다.
전기자전거·스쿠터 화재사고가 이처럼 증가하는 것은 전기·전동 방식의 이동수단 보급이 대중화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KEMA)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10만7000대로 2018년(2만4000대)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5배가량 늘었다.
늘어나는 전기자전거·스쿠터에 화재사고도 증가
대책 논의는 왜 전기차만?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주요 국가들에서도 배터리 화재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2020년 77건 수준이었던 것에서 2022년 227건으로 늘었고, 영국은 같은 기간 44건에서 220건으로 확대됐다. 호주는 2022년 171건에서 2023년 285건으로 불과 1년 사이에 66% 늘어났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자전거·스쿠터 등을 도난과 파손에 대비해 집 안, 사무실 등 실내에서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더 많은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현관 쪽에 세워둔 전기자전거에서 불이 날 경우 대피로를 막아 인명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길거리에 세워진 공유 개인형 이동장치(PM)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충격에 약한 데다 온도가 올라가면 열 폭주 현상이 일어나 화재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충남에서 발생한 PM 화재 25건 중 36%는 여름철인 7~8월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사고를 계기로 범정부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시작했으나 전기차와 관련된 사항만 검토됐을뿐 다른 이동장치의 배터리 안전대책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안전 점검이나 예방 관리 방안 홍보 등에 나서고 있으나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배터리 안전대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해 ‘리튬 배터리 화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배터리 이동기기 안전인증 제도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안전성을 검토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