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2명은 900점 이상 ‘고신용자’
‘인플레’에 고신용자 대출 승인 거절 빈번해져…신뢰도 하락 우려
금융소비자의 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신용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면서 신용도 평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신용점수의 실효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 비중은 2020년 말부터 크게 늘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요 신용평가사 모두 40% 이상에 이른다.
KCB는 2020년 38.4%에서 지난해 43.4%로 높아졌고, NICE도 이 기간 40.8%에서 46.1%로 늘어났다.
보고서는 “금융산업 기술 발전으로 신용점수가 상승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볼 수 있다”면서도 “최근의 쏠림 현상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금융포용 정책의 부수 효과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9년부터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신용평가에 있어 연체 기록 등 부정적 정보를 활용하는 기준이 강화되면서 신용점수 하락 가능성이 낮아졌다.
여기에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1년,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신용사면 정책이 시행되기도 했다. 지난 5월까지 사면대상이 된 인원은 285만8000여명에 달한다.
신용점수 상향평준화, 신용점수 신뢰도 하락 부른다
해답은 마이데이터일까
문제는 신용점수 상향평준화로 신용점수가 높아도 은행으로부터 대출 승인을 거절당하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점이다.
실제 인터넷은행(카카오·케이·토스뱅크) 3사의 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지난 1월 893.6점에서 4월 903.3점으로 3개월 만에 10점 상승했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4월 신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33.2점에 달한다. 올해 1월 말(931.6점)과 비교하면 2.6점가량 높은 것이다.
일부 은행은 평균 신용점수가 944점에 달해 1등급(941~1000점)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담대 특성상 차주들의 신용점수가 비교적 높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추세적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고신용자들의 대출 승인 거절이 지속될 경우 신용점수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대안으로 마이데이터 활용을 제안했다. 은행, 보험 영역 대출 정보에 국한된 신용정보와 달리 금융 마이데이터는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은행 수신계좌, 증권, IRP, 카드 등 금융 자산 정보를 포괄해 폭넓은 정보를 평가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의 마이데이터 활용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현재 마이데이터는 고객이 주기적으로 정보 제공에 동의한 경우에만 활용할 수 있고 은행 등 대형 금융사도 자사 고객의 금융자산과 거래 정보를 타 회사와 공유하길 꺼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보고서는 “향후 신용점수 평가에 있어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려면 필요성, 범위, 비용 분담 등과 관련해 금융사, 금융소비자, 신용평가사, 정책당국 간의 사회적 합의 도출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