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몬스터>를 보고 난 관객들은 ‘지루하다’, ‘불쾌하다’, ‘웃기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등 몇 가지 범주 속에서 평가를 내린다.
생각보다 반응은 ‘디테일하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만으로 갈리지 않는 관객들의 평가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불쾌하다’는 표현이다.
이 같은 반응은 한국영화 장르의 폭이 넓어지고, 소재가 다양해질수록 증가한다.
미국에서 NC-17등급(17세 미만 절대 관람 불가)에 해당하는 하드고어급의 영화가 개봉되기 시작되면서 그것에 불쾌감을 표현하는 관객들이 많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드고어(hard gore)란 사지절단, 내장 노출 등 잔인한 장면을 위주로 한 영화를 일컫는다.
최근 개봉한 영화 <몬스터>에 관객들은 ‘불쾌하다’는 혹평을 늘어놓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영화의 흐름을 무시한 채 개별적 인물에 포커싱(Focusing)되는 카메라의 시선 때문이다.
이는 영화의 작법을 철저하게 무시한 방식이다. 그렇기에 살인범을 뒤쫓는 순간에도 동화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개그 요소가 출현한다.
황인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에 장르라는 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가 감독이 의도한 바대로 나왔다고 해도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의 경계선을 가볍게 넘나드는 영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혼란을 자아낸다.
그러나 장르에 얽매여 영화 스스로의 표현과 소재의 한계에 봉착한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에 장르를 ‘허물기’ 위한 시도는 참 좋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시도가 관객에게는 혼란을 가중시켰을지 몰라도 기법의 측면에서는 강력한 강점이 될 수 있다.
둘째는 과거 영화들에서 나왔던 불쾌한 장소들이 재등장해 관객들로 하여금 기억을 재생해낸다는 것이다.
특히 별장 신은 <조용한 가족들>의 음산했던 그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으며 <악마를 보았다>에서 나타났던 별장의 색감과 어두움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이 영화들 역시 관객 불쾌감을 유발했던 전력이 있다.
또한 홍어집으로 이어지는 길거리 신들은 <아저씨>와 <추적자>의 위험하고도 좁았던 골목들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요소들이 불쾌감을 자아내는 상황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는 빛났다.
능청스럽고 순진하면서도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있던 배우 이민기는 이 영화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탈피하고 살인자 속으로 철저히 파고들었다.
홍어집에서 피 칠갑을 한 채 살인을 하며 치켜뜬 눈, 별장에서 형의 배신을 바라보던 눈빛.
필자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이 <추적자> 하정우의 아우라를 뛰어넘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김고은의 연기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능이 부족한 듯한 모습에서 혈연에 대한 악을 표현하고 또 그 와중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자연스레 산길을 걷던 모습. 행동 하나하나에 악과 동화 같은 동심이 잘 녹아나온다.
전작 <은교>에서는 볼 수 없던 농도 깊은 연기를 잘 표현해 냈다.
불쾌함과 함께 공존하는 배우들의 멋진 연기를 보고 오랜만에 맛이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신 기분이었다.
다만 그 커피가 쓴맛일지 깔끔한 맛일지는 관객들에게 맡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