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의 반복적 채권 매각 금지…연체 이자 부과 방식 개선
17일부터 대출금액 3000만원 미만을 연체한 채무자들이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된다. 또한, 과도한 추심을 방지하기 위해 채권 추심 횟수가 주 7회로 제한되며, 금융사의 반복적인 채권 매각이 금지되는 등 채무자 보호가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16일 올해 1월 제정된 개인채무자보호법이 1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이 법은 연체 발생 후 금융회사와 채무자 간의 권리와 의무를 균형 있게 조정하고, 채무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마련된 법률이다. 주요 내용으로는 금융사 자체 채무조정 제도의 도입, 연체 이자 부담 완화, 채권 매각 규율 강화, 추심 관행 개선 등이 포함된다.
채무자는 대출금액 3000만원 미만을 연체한 경우, 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금융회사는 채권 회수 조치를 취하기 전에 채무자에게 이를 알리고, 채무조정 요청 가능 여부를 고지해야 한다.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조정 절차가 끝날 때까지 주택 경매 신청이나 채권 양도 등의 강제조치가 유예된다.
다만, 채무자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된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서류 보완을 3회 이상 이행하지 않거나 채무조정 합의가 해제된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는 채무조정 요청이 거절될 수 있다.
대출금액 5000만원 미만의 연체 채무자들은 과도한 이자 부담으로부터 보호받게 된다. 연체로 인해 기한이익이 상실되더라도,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 부분에 대해서는 연체이자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는 원금 전체에 대해 즉시 상환과 연체가산이자가 부과되던 관행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다.
채무자의 보호를 위해 채권의 반복적 매각도 제한된다. 특히 명의도용 등의 문제로 채권·채무 관계가 불명확한 경우나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채권에 대한 양도는 금지된다. 또한, 세 번 이상 양도된 채권에 대해서는 추가 양도가 불가하다. 금융회사의 관행적이고 반복적인 채권 매각 역시 제한된다.
추심 관련 규정도 크게 강화된다. 채권자는 7일 동안 7회 이상 채무자에게 연락할 수 없으며, 채무자의 가족이 수술·입원 등 변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우 3개월 내에 합의된 기간 동안 추심을 유예해야 한다. 또한, 채무자는 주 28시간 이내에서 본인이 지정한 시간대에만 추심 연락을 받도록 요청할 수 있다. 이때 방문, 전화, 문자, 이메일, 팩스 중 두 가지 수단만 지정할 수 있으며, 방문과 전화는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법 시행 후 3개월간 계도기간을 운영하며, 법 집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필요할 경우 3개월을 추가로 연장할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번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을 통해 채무자들이 과도한 이자 부담과 무리한 추심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