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브리프] 북한 SLBM 발사와 한국군의 자강전략 (下)
[한선브리프] 북한 SLBM 발사와 한국군의 자강전략 (下)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06.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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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이젠 자강전략 마련에 나서야 한다
▲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

김종하 한남대 정치언론국방학과/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

지난 60년 동안 한국이 국방·군사 분야에서 미국에 의존해 온 것은 무기, 병력을 비롯한 하드웨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군사력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전쟁대비 및 기획, 지도 기능에서도 그동안 한국군은 높은 대미(對美) 의존도를 면치 못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건국 이후 한국이 치렀던 대규모의 전쟁은 지난 1950~1953년의 6·25 전쟁, 1965~1973년의 베트남 전쟁이 전부다. 이들 가운데 6·25 전쟁은 미군의 작전지휘에 따라 수행되었으며, 한국군이 독자적인 지휘권을 유지한 베트남 전쟁에서도 사단·군단급의 대부대 작전은 총 30회(군단급 4회, 사단급 26회)로 57만회가 넘는 전체 작전수행 횟수에서 불과 0.2%이하에 그쳤다. 나머지 절대다수의 작전은 중대급 이하의 소부대 차원에서 수행되었다.

한국군은 지난 1994년 12월을 기하여 평시작전통제권(데프콘 4 기준)을 회복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전쟁대비와 기획, 지도를 위한 주요 핵심권한들은 여전히 '연합권한 위임사항'(CODA: Combined Delegate Authority)이라는 명칭으로 평시에도 한미 연합사령관 (즉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위임되어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한국 합참은 한국군의 최고군령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전투기획, 수행보다는 평시의 관리임무 (예: 평시대비태세의 조절, 주요부대의 실전훈련 주관, 전투준비태세의 유지 및 검열, 주요부대의 이동, 해·공군의 초계활동을 비롯한 평시경계 임무 등)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한국군은 현재까지 동아시아에서 야전군 수준을 뛰어넘는 규모의 실전 육·해·공, 그리고 합동작전을 독자적으로 계획하거나 지휘해본 경험이 없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는 세계 6위를 자랑하는 한국군의 군사력 규모를 고려할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현상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군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상관없이 내부적으로 그동안 미군에 의존해왔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능에서도 명실상부하게 '한국방위의 한국화', '전쟁억지 및 승리능력의 자립'을 달성할 수 있는 자강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것은 한미군사동맹이라는 대북억제전략 차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다 자주적인 전쟁억제전략 단계로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우리 군의 개별적 자위역량을 증가시킴으로서 주한미군 의존도를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한 및 동북아 전략 환경 변화에 따른 청와대 차원의 적시적인 안보 및 국방정책·전략지침이 제시되어져야 한다.

한반도 및 동북아 전략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차원에서 전략 환경 변화를 6개월 단위로 검토해 적어도 2~3년 단위의 전략지침서를 국방부 및 합참에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략지침은 분쟁의 '전 스펙트럼'(full-spectrum)에 걸쳐 군사전략상의 '임무영역'을 우선순위화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군사력 사용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분명한 지침이 있어야 그것을 토대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 '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요구능력) 등에 대해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합동군사전략능력기획서」에서 분명하게 기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고, 또 이것을 토대로 합동개념 → 능력기반평가 → 소요기획 → 개발 및 획득에 이르는 하향식 의사결정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명확한 전략지침에 입각해 국방부 및 합참에서 합동군사전략을 올바르게 수립하게 되면, 현재 한국군의 군 구조 및 무기체계 획득에 관련된 전략·전술적, 그리고 운용적 측면에서의 취약점이 무엇인지를 식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둘째, 합참차원의 '합동전략분석능력'을 강화하는데 필요한 인력확충 및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위협 및 능력 옵션들(options)을 분석하는 능력은 국방부, 합참보다는 각 군의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 그러나 각 군은 그들 자신들이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data)와 모델(model)을 활용한 분석능력은 뛰어나겠지만, 합동전략 분석능력은 부족하다. 사실 각군차원에서 분석한 위협평가에 관한 연구결과는 각 군에게는 유용할지 몰라도, 청와대, 국방부, 합참과 같은 상위기관의 고위 의사결정자들이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옵션을 평가하는데 있어서는 그것이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M&S)의 직접적 사용자이며 소요창출기관인 합참은 중장기적으로 자체의 '소요제기' 및 '전투실험'을 담당할 조직을 별도로 편성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시 워게임(war game) 모의를 운용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과학적 검증에 의한 미래 위협에 대비한 전력소요에 합리적 기준을 제시해 주어 국방예산의 효율적 운용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첫 단계로는 전략적·작전적 수준에서의 합동작전분석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분석 인력충원이 필요하고, 또 분석수단, 특히 전면전과 같은 전투결과뿐만 아니라, 비정규전 및 대량파괴무기의 영향과 같은 광범위한 군사적 현상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모의기반획득'(SBA:Simulation-Based Acquisition) 도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 위협에 대비해 어떻게 싸우고, 무엇을 대비할 것인가라는 명제에 의해 설정된 개념에 따라 미래 요구능력을 설정하고, 개념과 요구능력에 대해 타당성과 요구능력의 달성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인 평가와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개념의 보완, 혹은 새로운 개념의 개발, 새로운 대비능력의 개발과정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만 제대로 된 합동전략 분석결과를 얻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셋째, 첫째와 둘째 방안의 제도화를 조속히 이루어나가는 동시에 천연의 방어막으로 불리는 수중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면서 적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잠수함 전력을 지금보다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북한의 SLBM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전력보완책의 일환으로 현재 국방부차원에서는 북한 잠수함의 이동경로를 탐지하기 위한 레이더체계 도입, 그리고 수중감시음향센서와 수상함의 음파탐지기 성능을 개량하는 사업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런 장비들이 도움은 되겠지만, 은밀하게 활동하는 북한 잠수함의 작전활동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는 한마디로 역부족이다. 단언컨대 잠수함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수단은 사실 자항기뢰와 잠수함밖에 없다. 특히 잠수함은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을 비롯한 동북아 주요 국가들,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은 잠수함, 특히 수중에서 수개월동안 물밖으로 나오지 않고 장기간 활동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체계 잠수함을 획득하는데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잠수함 위협에 대비해 우리가 만약 원자력 추진체계 잠수함을 이용한 대잠 방어력을 갖추게 된다면 수상함이나 대잠항공기에 비해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기존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 전력에 더하여 원자력 추진체계 잠수함까지 적극 추진해 나간다면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잠수함의 출항통제, 수상함에 대한 수중방어, 해상교통로를 파괴하는 잠수함들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수중에서 작전활동을 펼치면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글은 Hansun Policy Brief 2015년 5월 2호에 게재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