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을 이끌었던 스타 PD들의 중국행이 급증하고 있다. 거대한 자본을 가진 중국시장에 한류콘텐츠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은 방송콘텐츠는 물론 직접 인력을 영입하는 등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향후 중국이 자체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되면 한국 PD들의 인력이 더는 필요하지 않아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에 중국과 한국의 지속적인 파트너십 유지가 절실하다는 관측이다.
'남 다른 환경'에 예능 PD들의 잇따른 중국行
최근 MBC의 간판이었던 김영희 PD를 비롯해 장혁재, 조효진 전 SBS PD 등이 중국에 진출했고 다른 PD들 역시 중국행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PD는 자신이 기획, 연출한 MBC '나는 가수다'가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 현지에서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몇년간 중국은 한국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높아지는 가운데, 방송 콘텐츠 부분에서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의 예능 PD를 영입해 이를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특히 한국 예능만의 독특한 포맷과 선진 제작 기술에 대한 중국 제작사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스태프들과 협동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중국판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나오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중국 콘텐츠 시장이 초반에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과 MBC '아빠 어디가' 등의 리메이크 버전에서 만족했다면 이제는 직접 콘텐츠 제작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해 현지화 시키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유능한 PD들의 중국 진출 배경에는 더 나은 환경과 다양한 기회가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에서의 고급 인력들에게 제시하는 중국의 어마어마한 '몸값'이 한 몫을 한다.
현재 국내 PD들의 현장은 녹록하지 만은 않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안정적이며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탓에 독특하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시도할 기회조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만이 중국 콘텐츠 시장의 확장과 맞물려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의 PD들에게 중국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력·노하우 유출로 이어지나
중국행을 결정한 국내 PD들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과연 중국 내 한류열풍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는 비관론과 함께 대다수의 업계에서는 무섭도록 뛰어난 중국의 모방능력을 고려해 5년 안에 한국 예능 노하우를 빼내어 따라잡을 것이라는 우려다.
노하우를 다 따라잡힌다면 중국에 진출한 국내 PD들의 대우도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면서 한국의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연출한 프로그램을 중국에서 제작할 경우, 자막톤은 물론 자막 간의 간격 등 세세한 부분도 사측에서 계약한 사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모든 노하우를 노출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행을 선택한 PD들이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것이든, 국내의 각박한 제작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든 중국의 방송 콘텐츠 발전에 이바지를 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데일리팝=성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