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기업이 간과한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비결
그랩 (Grab)
- 출시일: 2012년 6월
- 본사: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 창업자: 안소니 탄 (Anthony Tan), 탄 루이 링(Tan Hooi Ling)
- 현 CEO: 안소니 탄 (Anthony Tan)
- 기업가치: 60억 달러 (약 6조 7,662억 원)
그랩은 2012년에 출시한 승차 공유 O2O 서비스로 동남아시아의 ‘우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우버가 중국 시장에서 ‘디디추싱’에 자리를 뺏긴 것처럼, 우버는 동남아 시장에서 ‘그랩’에 자리를 뺏겨 동남아 우버 지사를 그랩에 매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동남아시아 여행에 있어 빠져서는 안될 택시 앱으로 한국인에게 알려져 있는 그랩은 차량 공유를 넘어 그랩 사이클(자전거 공유), 그랩 셔틀(버스 공유), 그랩 푸드(음식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랩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어 동남아시아 최대 스타트업으로 거듭났으며 소프트뱅크, 토요타, 디디추싱 등 수많은 투자자로부터 25억 달러(2조 8130억 원)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했다. 그렇게 그랩은 동남아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운전자와 4500만 건 이상의 앱 다운로드 수를 기록할 만큼 성공적인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그랩의 창업 스토리
그랩의 창업자이자 현 CEO인 안소니 탄(Anthony Tan, 37) 은 하버드 출신 부잣집 도련님으로도 유명하다. 안소니탄은 말레이시아 출신 사업가로 3억 달러(약 3375억 원)를 보유한 말레이시아 50대 부자 가운데 1위로 등극해 있다. 하버드 출신 안소니 탄(이하 탄)이 어떤 계기로 동남아시아에 그랩을 출시하게 됐을까?
탄은 말레이시아의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 태어났으며, 증조할아버지는 택시 기사, 할아버지는 닛산 자동차를 수입하는 ‘탄청 모터스’의 창업주다. 아버지는 탄 청 모터스를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었으므로 탄은 자연스럽게 가업인 ‘운송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와 연관성이 깊은 ‘집안 내력’을 가진 탄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BS)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고향으로 돌아가 가업을 물여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학시절 친구의 불평불만이 그에게 뜻밖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주었다. 탄의 동기생은 탄에게 말레이시아 택시 서비스에 대한 악평을 늘어놨으며, 탄은 그냥 불만으로 듣지 않고 친구에 대한 불만에 사업의 기회를 찾았다.
당시 말레이시아의 정부, 민간단체, 기업 누구도 택시의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개선할 엄두를 내지 않았기에, 탄은 ‘문제를 개선한 서비스를 출시하면 동남아 운송시장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버드에 다니던 시절 <사업 경연 대회>에 제출했던 아이디어인 '마이 택시(MyTeksi)’를 떠올린 탄은 해당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그랩 택시(Grabtaxi)>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의 그랩 택시는 카카오 택시처럼 모바일 기반 ‘콜택시’ 개념이었으며, 지금은 콜택시와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비결
서비스를 첫 출시한 2012년, 그랩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의외로 말레이시아의 낮은 모바일 보급률이었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저소득층이라 스마트폰을 구비할 여유가 없었으며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았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탄은 공항, 호텔, 주유소를 <발로 뛰며> 그랩 택시의 유용함을 설명했고 대대적으로 그랩 기사를 모집했다.
거기에 이동통신사 임원들을 직접 만나 기사들에게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설득해 그랩 택시의 운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게끔 만들었다. 그 결과 많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모바일을 이용해 그랩 택시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동남아 시장 사정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 선보였다.
아직 신용카드 서비스가 보편화되어있지 않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위해 <현금 결제 시스템>을 추가해 결제방식 또한 현지화 시켰으며, 지금도 결제의 90%는 현금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현지화 정책으로는 2015년 베트남의 호치민에서 최초로 오토바이 승차 공유를 할 수 있는 ‘그랩 바이크’를 게시했으며, 오토바이의 위험을 감안해 운전자와 승객의 의료보험도 제공했다. 그랩은 우버와 같은 글로벌 회사가 외면한 <지역 수요>를 찾아낸 것이다.
이후 카풀 서비스인 ‘그랩 히치’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업체와 협력해 ‘그랩 익스프레스’라는 배달 서비스를 출시해 지금에 이르는 동남아를 대표하는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등극하게 됐다.
(데일리팝=배근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