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소비 철학 변화와 ICT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며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인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떠오르고 있다.
구독경제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해 주는 신개념 유통 경제로 이미 해외에서는 여러 분야로 확산된 상태이며, 최근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독은 과거 한 가지의 특정한 물품을 단순히 '구매 계약' 후 정기적으로 배송 받는 구매 형태의 일종이었지만, 최근 동종의 여러 디지털 서비스나 소비재 중 소비자가 원하는 것, 공급자가 전문적인 식견으로 골라주는 아이템을 정기적으로 공급받거나 렌탈하는 개념으로 그 형태가 변화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자신이 구독한 아이템을 언제든지 소비자가 선택해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손꼽힌다.
가장 대표적인 구독경제의 예시로는 역시나 '넷플릭스'를 꼽을 수 있겠다. 넷플릭스는 매달 일정 금액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넷플릭스가 택한 구독경제의 특징은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이다. 큐레이션 서비스란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을 파악하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이밖에도 구독경제는 일상 속 영상이나 음악, 꽃다발, 여성용품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구독경제의 영향력이 금융업계까지 불어났다는 점이다.
KDB 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구독경제의 성장이 금융권에 주는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업계에서도 구독경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목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경제 모델이 금융권에 영향을 주는 것은 구독경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의 인터넷 전문은행 'Charles Schwab(찰스 슈왑)'은 지난 2019년 4월부터 중산층을 대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과 투자전문가의 합성어로, 알고리즘을 통해 투자자산 배분을 자동화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즉, 펀드매니저를 대신해 AI(인공지능)이 자산관리를 해 주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서비스를 구독경제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입비는 300달러(한화 약 34만 7000원)로, 월정액은 약 30달러(약 3만 4000원)만 지불하면 정확한 투자자문을 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금융업계 역시 투자자문 서비스에 구독경제를 도입하기 위해 열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투자자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나, 현재는 대부분 무료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지난 2019년 10월, 고객자산 보호를 위한 '자산관리컨시어지팀'을 신설했다.
자산관리컨시어지팀은 ▲자산규모 3억 원 이상 ▲PWM센터 거래 고자산 고객 ▲리테일 프리미어 창구 거래 고객 등 고액 자산가 중 WM센터를 방문하기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PB팀장이 한 공간에서 개인고객 자산관리 뿐 아니라 법인고객 자금관리 컨설팅, 부동산 투자자문 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우리은행 역시 '부동산&텍스(TAX)전문센터'를 신설해 사무실에서 시장현황 및 투자문건 검색이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을 통해 매매자문을 지원하고 수익성 부동산에 특화돼 있는 지도(GIS) 기반의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업체와 업무제휴를 체결해 고객의 수익성 부동산 투자자문을 위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반면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부동산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수수료를 받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의 경우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개소해 운영 중에 있다. 해당 센터는 부동산전문가와 세무사가 상주하며 ▲부동산 매입매각자문 ▲보유관리 자문 ▲개발분양자문 등의 부동산 투자자문서비스와 세금 상담을 함께 진행한다. 수수료는 자산규모 등 투자자문계약에 따라 결정되는데 국민은행의 2019년 기준 기준 연간 상담건수는 약 7950건에 이른다. 그러나 찰스 슈왑의 사례처럼 구독경제를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은 아니다.
이처럼 현재 금융업계 내 구독경제 모델은 투자자문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수준이지만 향후 개인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향상하기 위한 구독경제 도입 노력이 금융업계 내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성급한 수익화 추진보다는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 제공능력 강화를 통해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장기고객 확보에 필요한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