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독보적 1위 사라져...'차별화'로 원조 잡는 후발 주자들
식품업계, 독보적 1위 사라져...'차별화'로 원조 잡는 후발 주자들
  • 임은주
  • 승인 2020.06.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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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위),동원F&B의 양반죽 이미지(사진=각 사)
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위),동원F&B의 양반죽 이미지(사진=각 사)

코로나19 여파로 나타난 집콕문화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 시켰다. 식품업계는 가격 할인 등의 마케팅으로 제품의 점유율 경쟁에 집중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고려한 신제품 출시로 신규 고객들 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간 HMR 시장의 업계간 경쟁체제는 자체 식품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상품의 맛과 포장 기술 수준을 발전시켰다. 이로 인해 상향 평준화된 간편식 시장은 후발 주자들의 차별화된 신제품 풀시로 예전과 같은 독보적 1위의 아성이 사라지고 있다.

불 붙은 죽 시장... 30년 '양반죽' 잡은 CJ '비비고 죽'

최근 국내 죽 시장이 격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죽이 출시 1년 6개월만에 동원F&B의 '양반죽'의 점유율을 제치고 처음으로 죽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16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의 시장 점유율은 39.4%를 기록하며 동원 F&B의 양반죽(39.1%)를 0.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동원F&B의 양반죽은 지난 1992년 출시한 이후 30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이 출시된 지난 2018년 동원F&B의 점유율은 60.2%, CJ제일제당은 4.3%로 비교가 불가한 상태였다. 하지만 2019년에는 동원F&B가 43.4%, CJ제일제당이 34.6%로 점점 격차가 좁아졌다.

올해 1월에 동원F&B가 40.3%, CJ제일제당 35.7%까지 차이를 좁히더니, 결국 지난 4월 CJ제일제당이 역전하며 1위 자리를 꿰찼다. 상품 죽 시장은 2017년 720억원대 규모에서 지난해 약 1400억원대로 두 배 이상 커졌다.

후발 주자 CJ제일제당이 죽 시장에서 쾌거를 이룬 이유엔 용기 죽의 강자인 양반죽과 정면 대결을 뒤로 하고, '파우치 죽'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시장에 뛰어든 점이 주요했다.

용기죽 형태가 일반화 된 죽 시장에 CJ제일제당이 선보인 파우치 죽은 우수한 맛은 물론, 양도 많고 간편히 그릇에 덜어 데워먹을 수 있는 평가를 받으며 히트 제품으로 인기를 얻었다.

올해 4월 파우치 시장은 CJ제일제당이 58.1%, 동원F&B가 26.7% 로 CJ제일제당이 압도적이었다. 반면 용기 시장은 동원F&B가 53.2%, CJ제일제당이 18.1%를 차지했다. 파우치 죽이 대세로 자리 잡으며 용기죽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냉동 피자·만두 '제품력 강화'...풀무원의 반란

풀무원의 냉동 HMR 제품들(사진=풀무원)
풀무원의 냉동 HMR 제품들(사진=풀무원)

1인가구 증가와 에어프라이어이 보급 확산은 하양곡선을 그리던 냉동 식품의 성장을 가져왔다. 냉동 피자·만두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맛으로 무장한 후발 주자, 특히 풀무원의 반격이 무섭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풀무원은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냉동피자에서 시장 점유율 20.7%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국내 피자 시장은 오뚜기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2위였던 CJ제일제당은 3위로 밀려났다.

풀무원은 지난 해 12월 '노엣지·크러스트 피자'를 출시하며 국내 냉동피자 시장에 본격 진출해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판을 판매했다. 노엣지 피자는 도우 가장자리를 없애고 풍부한 토핑과 쫄깃한 식감에 주력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시장의 호응에 풀무원은 냉동피자의 올해 목표 매출액을 당초 150억원에서 목표 매출액을 300억원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상반기 점유율이 1월 16.6%, 2월 14.7%, 3월 15.8%, 4월 18.5%로 상승세를 보여 풀무원과 하반기 점유율 각축이 예상된다.

냉동 만두 시장에서도 풀무원의 약진이 돋보인다. 풀무원은 지난해 시장 점유율 4위에서 올해 시장 점유율 20.8%를 기록하며 2위로 올라섰다. 풀무원은 지난해 4월 0.7㎜ 두께의 만두피를 내세운 얄피만두를 출시하며 시장에서 입소문을 탔다.

국내 냉동만두 시장은 CJ제일제당은 2015년 비비고 만두를 출시하면서 43.9%의 점유율을 자랑하며 1위를 지키고 있다. 해태 고향만두는 20년간 5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켜오다 밀려났다.

이어 2위 풀무원, 3위 해태제과, 4위 동원이 차지하나, 이들간 치열한 2위 싸움이 전개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2019년 냉동만두시장 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정간편식이 유행하면서 냉동만두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팔도 비빔면 '아성'에 도전장 낸 라면업계

왼쪽부터 팔도 '비빔면',오뚜기 '진비빔면', 농심 '칼빔면'(사진=각 사)
왼쪽부터 팔도 '비빔면',오뚜기 '진비빔면', 농심 '칼빔면'(사진=각 사)

더운 여름을 겨냥한 라면업계 비빔면 싸움이 치열하다. 30년 이상 비빔면 시장의 수성을 지키고 있는 팔도비빔면의 아성에 농심·오뚜기가 신제품을 내고 도전장을 냈다.

팔도비빔면은 1984년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14억개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35년여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해에만 1억개 이상 팔렸다. 현재 팔도 비빔면의 시장 점유율은 64.5%다.

최근엔 라면업계가 팔도에 도전장을 내고 비빔면 시장에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 3월 오뚜기는 '진비빔면'으로 도전장을 내며, 출시 2개월만에 판매량 2000만개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진비빔면은 태양초 고추장의 깔끔한 매운맛에 사과와 타마린드 양념소스로 새콤함과 시원함을 더했다. 여기에 면 중량도 20% 늘려 더욱 푸짐하게 '비빔면'을 즐길 수 있게 했다.

농심 역시 지난 4월 '칼빔면'을 시장에 내놓았다. 칼빔면은 칼국수 면발에 김치 비빔 소스를 적용해 면이 가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두꺼운 면발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두꺼운 데도 쫄깃한 면발과 김치의 씹는 개성 있는 맛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삼양은 불닭볶음면으로 인기몰이를 하며 올해 보다 강력한 매운맛을 더한 '도전!불닭비빔면'을 비롯해 '불타는 고추비빔면' '열무비빔면' 등 세 가지 제품을 출시하며 비빔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사들의 행보에 팔도는 지난달 팔도비빔면의 용량을 20% 늘리고 소스양도 늘린 한정판 제품을 출시해 비빔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팔도비빔면보다 5배 매운 '팔도네넴띤'과 매콤한 맛에 부드러운 크림을 더한 '팔도BB크림면'으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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