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접근성을 무기로 한 편의점은 최근 '4만 점 시대'를 맞았으며, 자연스레 길을 거닐다 보면 편의점을 수없이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지난 3월 기준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 5개사의 점포수는 총 4만 192개로 집계됐다. 2007년 기준 1만 점을 돌파한 편의점 개수는 약 5년 후 2만 개를 넘어선 것은 물론 3만 개를 넘는 데 4년, 이후 불과 2년 만에 4만 개를 돌파했다.
이렇듯 눈만 돌리면 찾을 수 있는 편의점에 최근에는 개성을 더하는 사례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단순히 배달 시스템이나 세탁 서비스 등을 도입하는 것 외에, 새로운 문화의 편의점이 소비자들을 가깝게 맞이하고 있다. '아우어 베이커리'로 이름을 알린 CNP 컴퍼니의 힙한 편의점 '나이스웨더', 혹은 편의점과 분식집을 동시에 선보인 감성 편의점 '고잉메리' 등 색다른 시도를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들 외에도 2019년부터 편의점에 남다른 개성을 겹한한 곳이 있다. SPC삼립이 지난 2019년 11월부터 선보인 '시티델리'는 편의점과 캐주얼 레스토랑의 장점만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매장으로, 모던하고 스타일리쉬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 메뉴를 빠르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광화문에 자리잡은 시티델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바쁜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고 있는 어반라이프 '스내킹(Snacking, 가벼운 식사를 뜻하는 식문화 트렌드)' 편의점 시티델리를 데일리팝이 직접 방문해 봤다.
시티델리는 캐주얼 레스토랑과 편의점의 장점을 결합한 매장으로 광화문 '타워8'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종각역과 광화문역 사이에 위치한 시티델리는 그야말로 직장인들의 핫플레이스 속에 자리잡은 모양새였다. 모던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 메뉴를 빠르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의 외관은 네온사인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색감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후 8시쯤 방문한 시티델리는 도심의 불빛과 화려한 조명의 색감, 어둠이 한 데 어우러져 멀리서 봐도 눈에 띄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레스토랑과 편의점을 결합했다는 매장의 의도를 엿볼 수 있었다. 마트를 연상시키는 큼직한 매대와 냉장·동 식품칸, 그리고 널찍한 좌석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의 한 쪽은 편의점임이 틀림없으나, 한 쪽은 레스토랑을 떠오르게 했다.
넓고 쾌적한 매장은 다양한 메뉴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시티델리는 볶음밥·덮밥·누들·샌드위치·샐러드 등 메뉴 50여 종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컵라면과 스낵 제품과 음료, 디저트까지 총 200종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늦은 시각 방문한 탓인지 남아 있는 메뉴들은 많지 않았다. 직장인들의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매장임이 드러나는 듯했다.
진열된 제품들을 천천히 살펴보자 일반적인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가격 좀 나간다'는 베이커리에서 진열된 음료수 제품이나 난생 처음 접하는 제품들도 찾아볼 수 있었으며, 단순한 생수 제품 역시 프리미엄 생수부터 탄산수까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했다.
음료 역시 시티델리가 직접 선보이는 캔 형태의 시그니처 음료 '어반 스트로우 시리즈'로 차별화를 뒀다. 편의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버블티나 판나코타 밀크디 등의 개성있는 메뉴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주나 막걸리보다는 와인을 주로 판매하는 점 역시 눈에 띄었다. 소주와 막걸리는 일절 취급하지 않았으나, 와인의 경우 하나의 섹션을 마련할 정도로 판매의 규모가 컸다. 와인은 보통 1만 원 대~2만 원 내외의 가격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맥주의 경우 델리 페어링을 고려해 한국비어소믈리에 협회와 함께 엄선한 최신 트렌드 비어 14여 종을 판매하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찾아간 매장에서는 2~3종 내외의 맥주만 찾아볼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 제품 역시 어릴 적부터 맛봤던 익숙한 맛보다는 새로운 맛의 아이스크림을 주로 판매하고 있었다. 일본 훗카이도 아이스크림으로 알려져 있는 '아이스노이에'와 '1+2' 행사를 할 때나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매그넘' 아이스크림 위주로 판매되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스크림 판매 냉동고에는 케이크와 핫도그, 냉동피자가 함께 판매되고 있었다. 냉동피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3000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었으며, 냉동피자 역시 7000원이 넘지 않아 구매하는 데 부담은 없었다.
물론 프리미엄 제품 외에도 편의점답게 간단한 주전부리 제품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탕과 젤리, 과자 등 익숙한 제품들이 보기 좋게 마련돼 있었다.
편의점 하면 빠질 수 없는 컵라면 매대 역시 남달랐다. 세계 각국의 라면을 전시한듯 다양한 언어로 이루어진 라면들이 멋들어진 모양새로 자리잡고 있었다. 사천식 탄탄면은 물론 일본의 카레우동과 야끼소바 라멘, 베트남의 새우맛 컵라면 등 세계 각국의 컵라면들이 색다르게 자리잡고 있었다.
다만 한국 컵라면의 경우 신라면 블랙과 튀김우동 큰사발 등 두 종류로 구성돼 있었는데, 가격은 여타의 편의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튀김우동 큰사발 제품의 가격은 1150원, 신라면 블랙 사발면의 가격은 1600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시티델리에서는 두 제품 모두 25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무리 프리미엄 편의점이라고는 하나, 그 가격대가 많이 차이나는 듯했다.
이것이 21세기의 기술입니까?
아이스크림부터 음료까지...자본의 맛 톡톡
무엇보다도 아이스크림과 음료, 커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셀프 스낵바를 갖춰놓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터치스크린 방식을 도입해 SPC가 주장하던 '어반라이프'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아이스크림의 경우 아이스크림 기계에 컵을 끼우기만 하면 자동으로 기계가 아이스크림을 제조해 주며, 그 옆에 있는 토핑들을 활용해 파는 것 같은 아이스크림을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었다. 21세기 기술의 발전을 가깝게 만나볼 수 있는 장소였다.
당일 제작, 당일 판매 원칙
신선함이 무기인 델리 메뉴
그렇다면 이제 시티델리에서 직접 선보이는 델리 메뉴들을 살펴볼 차례다.
델리 메뉴는 당일 제조 및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며, '그랩 앤 고(Grab&Go, 쇼케이스에 진열된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해 구입하는 것)' 방식으로 판매된다. 이 때문에 점심 식사 시간 이후에는 이미 품절돼 구매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자 역시 휑한 매대에서 몇 가지 취향에 맞는 음식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시티델리가 시그니처 메뉴로 내세우는 것은 세계 도시의 음식을 모티브로 개발한 '시티 시리즈'로, ▲따뜻한 비프 스튜에 찍어먹는 LA식 비프 바비큐 샌드위치인 'LA프렌치 딥 샌드위치 ▲잘 숙성된 아보카도, 신선하게 구운 노르웨이산 연어와 레드퀴노아가 풍성하게 어우러진 '노르웨이 로스트 살몬 그린 샐러드' ▲고기, 야채 토핑과 고소한 즈마장(참깨 땅콩 소스)을 면과 비벼 먹는 '대만식 비빔 탄탄면' ▲매콤한 양념, 고소한 두부, 부드러운 가지가 어우러진 사천식 덮밥인 '사천식 마파두부 가지덮밥' ▲브리오쉬 번에 궁중식 갈비양념으로 맛을 낸 숯불향 가득한 왕갈비가 들어간 '경복궁 왕갈비 번 샌드위치' 등이 있다.
또한 이들이 자신있게 내보이는 제품의 경우에는 '추천'이라는 표시를 통해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게 하고 있다.
한 발 늦게 도착한 매장에는 일부 샌드위치와 스프, 죽, 샐러드 메뉴 등이 남겨져 있었다. 당일 제조한 음식인 만큼 음식들은 모두 신선해 보였으며, 스프 제품의 경우에는 항시 따뜻하게 즐길 수 있도록 온장고에 진열돼 있었다.
편의점답게 음식을 따뜻하게 데우거나 조리할 수 있는 전자레인지가 다수 마련돼 있었으며,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셀프 조리대를 갖춰 편의성을 높였다. 일회용품이 자리하고 있는 편의점 대신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던 다회용 식기가 눈에 띄었다. 식기 외에도 케첩이나 머스타드 소스, 물티슈 등이 넉넉하게 준비된 것은 물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는 '핑크솔트' 등도 마련돼 있어 품격을 높인 듯했다.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좌석은 넓고 쾌적했다. 혼밥의 대명사라고도 불리는 편의점답게 대부분의 좌석은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좌석마다 콘센트도 배치해 직장인들의 안락한 식사 시간을 보장했다.
기자 역시 몇 가지 제품들을 구매해 봤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컵라면과 샌드위치,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스프 1개를 구매했다. SPC의 브랜드답게 주문 시에는 해피포인트 적립이 가능했으며, 해피오더앱을 통한 픽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알차게 포인트를 적립한 후 마주한 결제 내역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샌드위치와 컵라면, 스프 하나를 구매했을 뿐임에도 1만 500원에 달하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더블 포크 커틀릿 샌드위치 4900원+양송이 크림 스프 2500원+야끼소바 라멘 3000원=1만 500원
온장고에 진열돼 있던 스프의 온기를 확인하고자 자리를 잡았다. 따뜻함을 유지하고 있는 스프를 맛보자 적당히 먹기 좋을 만큼 따스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스프의 맛은 적당히 훌륭했다. 농후한 크림맛과 잘게 씹히는 양송이버섯이 풍미를 더했다. 언젠가 먹었던 레스토랑의 양송이 스프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다만, 매장에 자리하고 있는 다회용 식기의 경우에는 시티델리 운영 반 년 동안의 세월을 자랑하듯 여기저기 낡아 있는 것이 보였다.
샌드위치의 경우에는 밥 먹을 시간도 없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 집에 도착해 맛보기로 했다. 더블 포크 커틀릿 샌드위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샌드위치 안에는 두툼한 돈까스 두 장과 촉촉한 소스, 잘게 썰린 양배추가 더해져 식감을 더했다.
돈까스의 맛은 여타 편의점에서 맛볼 수 있는 돈까스와 비슷했다. 돈까스는 다소 퍽퍽했으나, 양배추의 수분이 퍽퍽함을 중화시켰다.
편의점과 레스토랑, 그 사이의 어중간한 매력
음식을 판매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생필품은 팔지 않았다. 오롯이 식품 판매 및 취식에 방점을 찍은 듯했다. 이렇듯 시티델리는 편의점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식사를 하는 곳에 가까웠다. 하지만 식당처럼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쇼케이스에 진열된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편의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기존의 편의점이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시티델리의 경우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해 식사의 질을 높여 줬으며, 가벼운 한 끼 식사부터 럭셔리한 한 끼 식사, 다이어터를 위한 식단과 가벼운 간식거리 및 주류까지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진열돼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했다.
이렇듯 가성비부터 가심비를 아우르는 시티델리는 바쁜 라이프 스타일을 보내면서도 소중한 한 끼를 대충 떼우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장소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레스토랑 등에서의 외식이 꺼려지는 이들에게 시티델리는 괜찮은 선택이 될 듯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시작된 신규 브랜드인 시티델리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간편식 시장에 코로나19로 인한 '혼밥', '집콕족'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티델리의 경우 편의점과 레스토랑, 그 중간에 자리해 어중간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음식의 맛은 편의점에 가까웠으나 가격은 레스토랑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물론 프리미엄 제품 판매나 신선한 음식을 판매하는 것 외에도 확실한 차별화를 찾을 방법이 필요할 듯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