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활용한 통신기기인 스마트폰이 보급화되고 언론 매체는 점차 증가하며 눈을 돌리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만나볼 수 있다. 이렇듯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은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현명해지고 있으며, 꼭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까다로워진 것은 단순히 정보 홍수 시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과거 발생했던 생리대 파동과 라돈 침대, 살충제 달걀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의 논란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유통 시장을 믿을 수 없게끔 만든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실에 '체크슈머(Check+Consumer)'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체크슈머란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성분과 원재료 등을 상세하게 확인하거나, 제품의 상품평을 직접 확인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특히 ▲자신의 신념을 소비로써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상품 개발, 생산, 판매 및 소비 등 유통 과정에서 친환경 요소를 도입하는 '그린테일(Green+Retail) ▲가격에 상관없이 자신의 신념과 가치에 따라 소비하는 '가치소비' 등의 신조어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더욱 불을 붙였다.
이는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환경 문제로 인해 '필(必)환경'적 소비를 지향한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가치있는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목소리를 높이자, 각 유통업계 역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곳은 풀무원 계열의 '올가홀푸드'다. 올가홀푸드는 친환경 소비의 생활화를 확산시키고자 서울 방이동 소재에 위치한 자사의 매장을 '녹색특화매장'으로 지정 후 시범 운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19일, 올가 방이점에서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 시범운영 기념식을 진행했다.
녹색특화매장이란 환경부가 운영하는 '녹색매장'을 보다 확장·발전시킨 개념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소비문화의 확산을 위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매장이다.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을 강조하는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어떤 모습일까. 데일리팝이 직접 올가 방이점을 방문해 봤다.
방이역 4번 출구로 나와 3분 가량을 걸으면 커다란 건물이 눈에 띈다. 웅장한 모습은 화려한 색이 아님에도 멀리서부터 눈에 띄게 만들었다. 매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포장이 되지 않은 과일과 채소들이 눈에 띄었다. 아울러 '친환경'이나 'GAP'라는 명칭을 달고 있다는 점도 시선을 끌었다. GAP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제공하는 '우수농산물' 인증 제도로, 올가 방이점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자 '인증서'를 달고 있기도 했다.
포장이 없는 신선식품은 매대 옆에 달린 친환경 종이봉투에 담은 후 '셀프 저울'을 이용해 구매할 수 있었다. 셀프 저울 옆에는 기계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을 이들을 위해 친절한 이용방법이 마련돼 있었다.
물론 모든 신선식품들이 포장이 없는 날 것 그대로 진열돼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마트에서 보는 것과 같이 비닐로 포장돼 있는 제품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녹색특화매장이라더니,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는 비닐 포장이 웬 말일까.
하지만 만져 보니 일반적인 비닐과는 확연히 달랐다. 올가 방이점에서 포장재로 사용하는 비닐의 주인공은 옥수수전분과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든 것으로, 일반적인 비닐보다 생분해가 잘 되는 친환경 생분해비닐을 사용하고 있었다.
올가홀 방이점은 매장 초입부터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고, 소비자들이 친환경 소비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듯 매장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지속가능성 존(Sustainability Zone)' 외에도 ▲친환경 생활용품 존(Eco-Living Zone) ▲친환경 포장 존(Eco Package Zone) ▲로하스 키친 존(LOHAS Kitchen Zone) 등 4개의 테마로 구성됐다. 기자는 가장 궁금했던 친환경 생활용품 존으로 발길을 돌렸다.
친환경 생활용품 존에서는 소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필환경 트렌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세제 상품을 원하는 만큼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이 마련된 것이다.
해당 매대에는 뉴질랜드 친환경 세제 1위 브랜드로 꼽히는 '에코스토어'를 도입했다. 에코스토어가 기존에 판매하고 있는 기성품은 물론, 소비자들이 직접 갖고 온 공병이나 매대 한 켠에 마련돼 있는 공병에 섬유유연제 및 세탁세제를 직접 담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에코스토어의 공병 역시 사탕수수로 만든 케이스를 사용해 생분해가 가능토록 했다. 가격은 무향은 10g당 100원, 시트러스향은 10g당 160원으로 책정됐다.
특히 친환경 생활용품 존에서는 리필 스테이션 외에도 환경부에서 친환경임을 인증받은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생리대와 티슈, 에코백 등 친환경 마크를 달고 있는 제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며, 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따로 표시해 둬 소비자들을 안심하게끔 만들었다.
간식 역시 일반적인 과자보다는 고구마 말랭이와 각종 부각 등으로 먹는 즐거움과 건강관리의 즐거움을 한 번에 맛볼 수 있게 했으며, 간단한 한 끼 식사 상차림을 돕는 '레디밀' 제품들도 잘 진열돼 있었다. 풀무원의 간편식 제품들 역시 종류별로 마련돼 있어 소비자들의 한 끼 식사를 제공했다.
그 옆으로는 정육과 수산, 건어물 등을 판매하는 친환경 포장 존이 보였다. 정육 및 수산물 코너는 일반적인 마트와 다를 것 없이 포장돼 있었으나, 역시나 반전은 존재했다. 해당 제품들 역시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생분해성 트레이에 놓여 있었으며, 재생 가능 자원인 사탕수수 유래 Bio-PE를 원료로 사용한 친환경 인증 랩으로 잘 포장돼 있었다.
멸치 다시팩과 국물 멸치, 손질 새우 등 건어물류는 곡물 껍질을 원료로 해 만든 올가의 친환경 포장지로 포장돼 있었다. 견과류는 일반 마트보다도 종류가 많았다 일반적인 캐슈넛과 피스타치오 외에도 체리와 블루베리 등 수많은 종류들이 소비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특히 모든 견과류에는 '유기농'이라는 단어가 자랑스레 붙어 있었으며, 포장 역시 종이 재질로 제작돼 있어 제로웨이스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만날 곳은 로하스 키친 존이다. 로하스란 건강과 지속가능한 실천의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며, 이곳에서는 매장에서 당일 생산과 반찬, 간편식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더불어 해당 존에서는 소비자들이 개인 용기를 가져와 소분 판매되는 반찬을 구매하면 일부 할인을 받을 수 있었으며, 텀블러를 지참해 음료를 구매하는 고객에게도 각각 5% 할인 혜택이 제공됐다.
이밖에도 올가 방이점 곳곳에서는 올가홀푸드의 자부심을 만나볼 수 있었다. 올가가 제작에 참여한 제품들은 첨가물을 국가 식품 첨가물 대비 1/3 수준으로 제한한 '안심 먹거리'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며, 유기농과 무농약, 친환경 원재료들을 우선으로 사용해 최소한의 가공 공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상 상품에 대해 잔류농약이나 벤조피렌 등 각종 이화학 검사 기준을 통과한 상품을 취급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공정무역 상품을 따로 진열해 둬 소비자에게 가치있는 소비에 동참하고자 권유하기도 했다. 공정무역이란 생산자에게 정당한 값을 지불해 보다 유리한 무역조건을 제공하는 무역형태로, 소비자에게 안전과 신뢰, 윤리를 제공하는 소비 방식이다.
아울러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다는 매장의 방침에 맞게 불필요한 포장은 줄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친환경 소비의 즐거움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물론, 마트라는 이점에 맞춰 일부 품목들은 할인이나 2개 구매 시 1개를 추가로 증정하는 등의 프로모션 등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특별한 포장지를 사용한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특히 생활용품의 경우 유기농,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들을 위주로 판매되고 있어 일반 마트와는 가격 차이가 나는 모양새였다.
다만, 올가홀 방이점은 가성비와는 전혀 다른 매력과 방향을 추구하고 있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이끄는 것보다는 환경을 지키는 데 동참했다는 만족감과, 유기농 인증으로 건강을 지켰다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것이다.
한편 해당 매장은 고효율 LED조명, 친환경 냉장설비 도입으로 매장 내 에너지 절감, 전기 자전거를 활용한 친환경 배송서비스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제품에 맞는 포장을 도입하며 소재를 대체하고, 포장재 감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