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기간이 12년 걸린 영화가 있다. 출연 배우들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담은 영화 <보이후드>다. 호기심 많은 소년 메이슨이 이혼한 가정에서 12년간 성장해 나가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담백해 보이는 줄거리 속에 한 아이가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이 되기까지의 모습을 그려낸다. 어릴적 보호자의 그늘아래 보호받으며 살아가던 소년이 어느새 혼라이프를 즐기게 되는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현재 혼라이프를 살고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큰 공감이 될 거라 생각된다. 우리는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남들과 다르지 않은 메이슨의 혼라이프를 살펴봤다.
보호자로부터 보호받던 어린 시절
텍사스에 사는 메이슨은 어릴 적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이사를 하게 되고 메이슨은 누나와 함께 떨어져 지냈던 아빠와 주말마다 만나며 놀게 된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의 사이는 이혼 후에도 좋아지지 않았고, 그렇게 중학교 사춘기 시절을 맞이한 메이슨은 엄마 사만다와 자주 부딪히게 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던 소년은 매일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으며 엄마 속을 썩였다.
공부하는 엄마 때문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은 많았고, 메이슨은 혼자 자신만의 놀이를 만들며 놀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명의 새 아빠가 있었지만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멘토가 되어 줄 진정한 인연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버지의 부재는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결핍으로부터 만들어진 외로움이 그의 사춘기 시절을 방황하게 했다.
본격적인 혼라이프의 시작
질풍노도 같던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 생활을 하게 된 메이슨은 자신이 사진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깨닫고 진로 방향을 사진 예술로 정하게 된다. 가족 중 아무도 그의 꿈에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꿋꿋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길을 찾는다.
혼자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은 어렵다. 메이슨 또한 자신의 관심이 '사진'이라는 것을 알아채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찍었던 사진 작업이 어느새 취미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빨간 작업장에 앉아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나의 강점을 보완해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은 미래의 직업을 생각하게 될 20대들에게 큰 공감이 된 장면이었다.
메이슨은 사진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대학에 가게 된다. 만족스러운 대학은 아니지만 꿈과 한 발짝 가까워진다는 설렘으로 인생 처음 학교에 애착을 갖기 시작한다. 학창시절 때와는 다르게 가슴에 와닿는 대학 수업과 새로운 인연의 만남으로 더욱더 흥미진진해진 인생을 살게 된다. 성인이 된 메이슨의 얼굴에서 어린 시절의 어두운 표정은 사라져 있었다.
항상 메이슨의 뒤를 지켜주었던 엄마의 곁을 떠나 진정한 혼라이프를 살게 된 메이슨은 룸메이트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남기고자 하이킹을 떠난다.
"지금 이 순간을 잡아"
"이 순간이 나를 잡는거야"
대학교에서 친해진 친구 니콜과 함께 언덕에 앉아 절경을 바라보며 나눈 대화에서 앞으로 이들이 혼자 나아가게 될 미래와 현실을 '순간'으로 정의 내리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영화 <보이후드>는 외롭게 지내온 소년이 성인이 되어 혼라이프를 즐기기까지의 과정을 현실감 있게 담아냈다. 결말 이후 메이슨의 혼라이프는 어떻게 될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메이슨은 아름다운 사진들을 찍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제 노력을 다하게 될 메이슨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엄마와도 자주 왕래하며 행복한 혼라이프를 즐기게 될 것이다.
12년 걸린 영화를 2시간으로 압축해 놓을 수 있는 것처럼 인생은 짧다면 짧은 순간의 시간이다. 메이슨의 앞으로의 혼라이프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가 '순간'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고, 앞으로의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길게 느껴질 혼라이프를 소중하게 보낼 것이란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