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궁중문화축전을 맞이해 10월 대한민국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한 '아티스트가 사랑한 궁' 의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이번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각각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삶과 예술이야기를 궁에서 녹여냈다. '아티스트가 사랑한 궁'은 자연에 둘러쌓인 궁의 주요 건물에서 삶에 대한 이야기와 세상의 변화, 희망을 예술로 표현해낸 온라인 예술 공연이다.
궁중문화축전의 온라인 예술 공연에서는 전통 예술, 재즈. 국악 등 궁의 여백을 진하게 채우는 아름다운 소리와 몸짓을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판소리 명창 안숙선
"내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사람과 자연이 같이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는 거예요"
판소리 명창이자, 중요 무형 문화제 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 안숙선 선생은 창덕궁을 거닐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미장원에 놀러 가 가야금을 배우게 된 이유, 국악과의 첫 만남에 대해 생생히 기억나는 것들을 언급했다.
사람이 느끼는 희로애락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전하고자 하는 노래의 의미를 소리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소리가 깊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명창 안숙선 선생은 창덕궁 후원에 만들어진 열 십자 모양의 정자, '부용정'에서 시원한 바람에 호수를 보고 계단을 거닐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왕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세운 돌문 '불로문'을 지나며 매일 연습하는 예술의 고단함과 끝없는 공부에 대해서 말했다.
그 외에도 조선 시대 과거 시험장으로 사용됐던 건물인 '영화당'과 효명세자의 독서처였던 '의두합'을 걸어다니며 아티스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궁 구석구석을 소개해줬다.
안숙선 선생이 창덕궁에서 부른 '사철가'는 사계절의 변화를 그려내는 세월의 덧없음과 인생의 무상함을 뜻한다. 노래처럼 사계절동안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창덕궁의 순리와 아티스트 본인의 삶을 소리로 표현했다.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온전히 누리는 시간,
저의 노래를 듣는 시간이 그런 시간이면 좋겠어요"
2부에선 나윤선 재즈 아티스트가 등장해 재즈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나윤선은 프랑스와 독일서 골든디스크를 수상했고, 프랑스 문화예술공고훈장 슈발리에와 오피시에를 수여받은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다.
그녀는 밝은 정사를 펼친다는 뜻이 담긴 창덕궁의 전각에서 자신이 처음 재즈를 시작하고, 재즈를 계속 해온 의지에 대해 설명했다. 나윤선은 26살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됐고, 지금까지 왕래를 하며 활발한 재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과 재즈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재즈는 자유로운 음악이기에 국경없는 예술이나 다름없다고 언급했다. 재즈는 속이거나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음악이라며 재즈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했다.
창덕궁에서 왕이 가장 많이 머물렀던 실질적인 중심 건물이자, 편전 기능을 맡아 했던 '희정당'을 지나면서 재즈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나윤선 보컬리스트의 모습을 연출시켰다. 희정당 내부는 재건되면서 쪽마루와 유리 창문, 샹들리에 등이 설치돼 서양식으로 꾸며지며 보물 제 815호로 지정됐다. 동서양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재즈를 부르는 무대로 바뀌는 연출이 돋보였다.
나윤선 재즈 보컬리스트는 우리의 전통 민요 아리랑 또한 재즈처럼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노래라는 것을 언급하며 마지막으로 '아리랑'을 재즈풍으로 바꿔 불렀다. 아리랑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대표적인 서정 민요이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가장 널리 불리는 민족의 노래'로 알려지며 한국을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상징'으로도 선정됐다. 아리랑에 적힌 가사를 모르더라도 전해지는 정서를 재즈만의 즉흥적인 리듬으로 전달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