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궁금] 사실 치킨은 우리 전통음식이었어!
[그것이 궁금] 사실 치킨은 우리 전통음식이었어!
  • 전소현
  • 승인 2020.10.2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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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음식 중 하나는 치킨이다. 2019년 KB금융그룹이 발간한 자영업 분석 시리즈 '치킨집 현황과 시장 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치킨 브랜드 수는 409개, 2019년 2월 기준 치킨집 수는 8만 7000여 곳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치킨집은 치킨만을 파는 전문점과 통닭을 파는 호프집을 포함한 분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킨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치킨은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음식이었을까? 치킨은 공식적으로 약 600여 년 전부터 존재했다. 사실 전통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식용이 아닌 닭 사육에서 
본격적인 닭고기 요리법까지

한반도와 닭의 인연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약 2000년간 함께했다. 닭이 사육되기 시작한 확실한 자료는 없으나 약 2000년 전부터 닭을 사육했을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닭이 일반인에게 대중적으로 보급된 것은 고려 시대로 추정된다. 닭은 고기나 달걀 등 먹이로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닌 시간마다 우는 닭을 길러 시간을 알고, 궁에서는 한 해가 끝날 때 잡귀를 몰아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행사 제물 용도에 닭을 썼다.

(사진= 한국전통지식포털 ‘산가요록’)
(사진= 한국전통지식포털 '산가요록')

한국전통지식포털을 통해 우리가 치킨을 본격적으로 즐겼다는 것을 1450년경 어의 전순의가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가요록은 '산가=민가, 즉 백성이 사는 농촌에 필요한 것들을 기록한' 농서이자 요리법이다.

특이한 점은 임금의 주치의 어의 전순의가 이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전순의는 세종, 문종, 세조 세 임금의 어의로 지냈고 음식과 건강의 관계를 중요시해 의술뿐 아니라 요리와 식이요법에도 능통했다. 당시 권위 있는 의사이자 식품학자인 전순의가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책이자 가장 오래된 농서이자 조리서인 산가요록를 만들었다.

(자료= 한국전통지식포털 '산가요록' & 게티이미지)
(자료= 한국전통지식포털 '산가요록' & 게티이미지)

산가요록에는 '포계(炮鷄)'라는 요리법이 담겨있다. 통째로 구울 포(炮), 닭 계(鷄) 한자로 닭고기구이라는 뜻이다. 조리법을 살피면 살찐 닭을 24조각 정도로 잘라 기름에 넣고 지진다. 당시에는 기름이 귀했기 때문에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튀겨진 치킨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한다.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간장과 참기름을 밀가루에 섞은 풀을 넣어 익힌다. 마무리로 식초와 내놓으며 풍미를 더 했다. 지금의 프라이드 치킨과 똑같진 않으나, 기름에 구운 닭고기라고 보면 된다. 

우리에게 치킨 = 서민의 음식이었지만 기름 자체가 귀했기 때문에 조선 시대의 치킨 포계는 양반가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내놓는 요리였다.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난 실화, 신라의 별칭이 닭 계(鷄)가 들어가는 계림국인 것에서부터 보면 우리나라와 닭고기의 역사는 길다. 다양한 요리법으로 닭을 즐기기도 하지만, 기름과 양념이 들어간 치킨은 6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정통 음식이다. 흔히 프라이드 치킨이 미국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닭고기에 몇백 년을 앞선 우리가 진정한 치킨의 민족이라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