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구는 242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11.6%를 차지한다. 이중 1인가구는 몇이나 되는지 통계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으나 적잖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중 1인가구는 15.5%로 이중 강아지를 키우는 가구는 68.6%, 개와 고양이를 같이 반려하는 가구는 3.3%였다.
흔히 ‘1인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반려견은 ‘어떤 상황에서 기르냐’ 보다 ‘어떻게 기르냐’가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1인가구라도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 행복한 반려생활을 영위할 수도, 강아지와 보호자 모두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준비되지 않은 입양과 불행한 반려 생활은 파양 혹은 유기 등의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곤 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5월 발표한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80개의 동물보호센터가 구조‧보호한 유기동물은 13만401마리로, 이 중 73.1%가 개였다.
1인가구로서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고 있다면 나의 성향과 생활패턴, 경제사정 등 나 자신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1인가구의 반려견 입양을 추천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반려동물이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이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정서적 스트레스로 인해 문제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강아지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 동안 외롭지 않도록 돕는 장난감과 인공지능 서비스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장시간 빈집을 지키는 강아지에겐 근본적인 도움이 될 수 없다.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집을 비우는 이들이라면 비용이 들더라도 유치원, 펫시터 등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권한다.
출근 전과 퇴근 후 산책을 통해 강아지와 유대감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질 좋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한다 한들, 보호자와의 교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해외에서는 24시간 이내 반려견을 2시간 이상 산책시켜주지 않을 시 학대행위로 판단해 벌금을 부과하는 사례도 있다.
온전히 강아지와의 교감만을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는지, 아무리 피곤해도 퇴근 후 최소 1시간 이상의 산책이 가능한지 나 자신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자.
여유로운 경제상황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반려동물의 병원비 부담이 크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 그 외에도 사료와 간식, 생활용품 등 강아지를 위한 지출은 월마다 최소 10~20만원 발생한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유기 또는 파양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을 미리 숙지해야 한다.
특히 어린 강아지를 입양한 경우라면 초기 비용 부담이 크다. 각종 필요 물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3~4주 간격으로 5번에 걸쳐 진행되는 예방접종비와 중성화 수술비까지 하면 100만원이 넘는 금액이 단 몇 달 만에 증발한다.
반려견을 맞이하기 전 관련 교육을 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유튜브나 책, TV 프로그램, 강연 등 다양한 정보를 듣다 보면 훨씬 마음을 정하기 쉽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반려동물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으니 찾아보면 좋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서울 반려동물 시민학교’라는 이름의 반려동물 교육 플랫폼을 마련해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반려견을 맞이한다는 건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기를 기르겠다는 말과 같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동안에는 내 삶의 모든 영역이 강아지를 중심으로 변화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특히 보호자가 오직 한 명뿐인 1인가구라면 더더욱 그렇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반려동물을 키우면 동물과 사람 사이에 맺은 유대감이 정신건강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매일매일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짖음, 식분증, 배변실수 등의 문제행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시간이 흐르면 늙고 병드는 것은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사나 이직 등 생활의 변화도 더 이상 쉽지만은 않다.
이제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물어보자. 1인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워도 되는가가 아니라 ‘나’는 반려동물을 키워도 되는 사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