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외를 불문하고 재택근무가 활성화 됐다. 필자 역시 수개월째 집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손목에 아릿아릿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마우스를 잡기만 해도 욱신거렸다. 굳이 병원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손목 터널증후군 초기 증상이 의심됐다. 아마도 최대 6시간씩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게 문제인 듯 했다.
사무실에 출근했더라면 자의든 타의든 1~2시간마다 한 번씩은 움직임에 변화를 줬을 것이다. 정해진 점심시간도 있고,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지는 시간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집에 혼자 있다 보니 밥을 차려먹는 것조차 귀찮은 탓에 한 번 컴퓨터 앞에 앉으면 몇 시간이고 일어나지 않게 됐다.
지난 나의 게으름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먼저 적어도 두 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할 수 있도록 1시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뒀다. 손목이 좀 더 편안한 키보드와 마우스도 찾아보기로 했다.
기존 사용하던 키보드는 게이밍 기어로, 타건 느낌은 좋았으나 소리가 시끄러운 편이라 사무용으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높이가 높아 별도의 손목 받침대를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뭔가 불편함이 남았다. 마우스 역시 같은 기업의 제품으로, 사용성은 나쁘지 않았으나 굳이 게이밍 기어를 쓸 필요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키보드와 마우스, 각각의 손목받침대까지 모두 중고거래 앱에 올리고 새로운 제품을 찾았다. 여러 가지 검색 끝에 인체공학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기로 결심했다. 몇 가지 후보제품을 추려 고르고 고른 끝에 필자가 선택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펄프트 에고노믹 키보드 마우스 세트였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L사의 제품과 고민하다 이 제품을 선택한 것은 마우스 크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버티컬 마우스를 쓴 적이 있었는데, 마우스가 너무 큰 탓에 사용감이 매우 불편했었다. 그래서 디자인은 조금 포기하고서라도, 좀 더 내 손에 맞을 것 같은 것으로 고르게 됐다.
필자가 구매한 에고노믹 스컬프트 키보드 마우스 세트는 무선 제품이다. 메인 키보드와 숫자패드, 마우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보통 키보드 맨 오른쪽에 위치한 숫자패드는 별도로 분리돼 있다. 구매 전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없으면 허전해서 텐키리스 키보드는 피해왔다. 그렇지만 막상 풀사이즈의 키보드를 사용하면 책상 공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런 부분이 해소된다는 게 장점이다. 누메릭 키패드 상단에는 버튼이 달려 있어 언제고 계산이 필요할 때면 버튼 하나로 계산기를 불러올 수 있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인체구조를 반영해 만든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키보드는 가운데가 갈라진 형태로, 손을 자연스럽게 대각선(人 모양)으로 둘 수 있다. 또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키보드 받침대는 일반 키보드와 달리 손목을 받친다.
처음에는 기존에 쓰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의 키보드라 적응이 꽤 어려웠다. 특히 한국사람의 고질병이라는 B는 왼손으로 치되, 같은 키에 있는 ㅠ는 오른손으로 치는 습관을 필자 역시 갖고 있었기에 ㅠ를 칠 때 가장 어려웠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사용 끝에 적응을 하고 보니 이전보다 손목에 부담이 훨씬 적게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손목받침대가 일체형으로 달려있는데, 약간의 쿠션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써 손목의 피로감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 키보드에 적응한 후 일반 키보드를 다시 사용하면 또 이질감이 든다. 이런 적응 문제는 감수해야 할 듯 싶다. 또 손목받침대가 오염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필자의 경우 사용 후 알콜스왑으로 닦아내고 있다.
마우스 역시 만족스러웠다. 해당 제품은 일반 마우스와 버티컬 마우스의 경계에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시중의 버티컬 마우스보다는 각도가 완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우스가 작고 둥근 형태로, 손이 작은 편에 속하는 필자에게 적당하게 잘 맞았다.
오른손 엄지가 닿는 부분에는 뒤로가기 버튼이 내장 돼 있다. 또 윈도우 아이콘이 그려진 파란 버튼을 누르면 윈도우 시작 메뉴가 나타나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이 버튼은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명령어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단순히 인체공학 디자인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쓴다고 해서 손목 통증이 사라지는 것은 분명 아닐 테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