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인식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득’
긍정평가엔 개인소득, 부정평가엔 가구소득 영향 커
주소득원이 배우자면 긍정적이고 자녀라면 불편
삶의 질에 가장 부정적 영향 끼치는 것은 ‘이혼∙사별’
배우자 없고 소득 적고 일자리 없으면 삶의 질 최악
자신의 ‘삶의 질’에 대해 2명 중 1명은 중립적으로, 3명 중 1명은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긍정적 평가는 6명 중 1명에 그쳤다.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의 2배에 달한 것이다. 긍정 평가에는 소득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으나 부정 평가에는 소득 외에 △내 집 △일자리 △배우자 관계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전국민이 1~10등급으로 평가한 자신의 ‘삶의 질’ 평균치는 5.95로 기대값(5.5점)보다 다소 부정적이었다. 10등급을 긍정(1~4), 중립(5, 6), 부정(7~10)으로 나누면 긍정 평가가 17.7%, 중립 평가가 47.9%, 부정 평가가 34 4%였다[그림]. 대략 2분의1은 중립, 3분의1은 부정, 6분의1은 긍정으로 응답해 부정이 긍정의 2배에 달함을 알 수 있다.
10등급을 다시 상(1, 2), 중상(3, 4), 중(5, 6), 중하(7, 8), 하(9, 10)의 5단계로 나눌 경우 ‘상’은 1.9%에 그친 반면 ‘하’는 8.6%로 4배가 넘었다. 특히 최상급인 1등급 응답자는 0.5%로 200명 중 1명에 불과한 반면 최하급(10등급, 4.6%)은 20명에 1명꼴로 10배에 가깝다.
세계 10위권 경제규모, 3만달러를 넘는 1인당 국민소득(GNI) 수준을 고려하면 많은 수의 사람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문 연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1월 7~14일 전국 20~70세 이상 성인 2만8632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다.
‘국민의 삶의 질을 10등급[1 높음~10 낮음]으로 나눈다면 귀하는 어디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응답자의 사회·경제·인구학적 특성별로 비교했다. 10등급의 중간(기대값)은 5.5이며, 그보다 값이 작을수록 삶의 질이 높고 클수록 낮은 것이다. 조사의 표본틀은 전국민을 대표하는 확률 모바일 패널 `국대패널`을 활용했다.
■ 행복은 소득 순이나 불행에는 갖가지 이유
가장 긍정-가장 부정 평가 간의 격차는 △월평균 가구소득(1.47등급)이 가장 컸고, 그 다음은 △월평균 개인소득(1.31) △직업(1.01), △결혼상태(0.93) △주택소유형태(0.78) △거주주택유형(0.56) 순이었다. 이는 삶의 질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소득, 직업, 결혼상태, 주거의 순임을 보여준다.
긍정적인 평가(전체평균-평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월평균 개인소득이 가장 컸고(600만원 이상 1.04), 그 다음은 △월평균 가구소득(600만원 이상 0.76)이었다. 바로 다음인 △퇴직은 0.31로 영향력의 강도가 크게 낮아졌다. 월평균 소득이 삶의 질 평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일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부정적 평가를 가장 크게 유발한 것은 △이혼·사별(0.81)이었고, 그 다음은 △월평균 가구소득 300만원 미만(0.71) △무직(0.70) △일용·임시직(0.66) △반전세·월세 거주(0.60) 순이었다. 긍정적 평가와 달리 결혼상태, 소득, 직업, 주거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예를 들어 이런 부정적 요인이 복합된 사례인 ‘이혼·사별X개인월소득 300만원 이하X무직’ 계층의 경우 평균 7.56등급(-1.61)으로 모든 경우의 수 중 가장 부정 평가가 높았다.
높은 삶의 질에는 많은 소득이 가장 중요하지만, 낮은 삶의 질은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월평균 소득 = 개인의 삶의 질 결정에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이다. 삶의 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가장 큰 단일 요인은 개인소득(600만원 이상 +1.04)이고 그 다음은 가구소득(600만원 이상 +0.76)이다. 그러나 긍정·부정 간의 차이를 만드는 데는 가구소득(격차 1.47)이 개인소득(격차 1.31)보다 더 영향력이 컸다. 즉, 나의 높은 삶의 질은 내 개인소득이 많을 때 따라오고, 낮은 삶의 질은 가구소득이 적을 때 발생한다.
흥미 있는 것은 가구 내 주 수입원이 누구인가에 따른 삶의 질 평가다. 본인(+0.03)보다 배우자가 주소득원인 경우(+0.14) 높았고, 자녀인 경우(-0.29) 가장 낮았다. 자신이 벌기보다 배우자의 소득을 쓰는 것이 낫고 자식의 벌이에 의존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는 심리를 엿볼 수 있다.
◇근로고용형태 = △퇴직자(+0.31)가 가장 긍정적이고 △무직자(-0.70)가 가장 부정적이었다. 퇴직자는 퇴직연금 등의 안정적인 수입이 있고 추가 근로의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무직자는 현재 소득도 일자리도 없고 앞으로도 어떨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 양극단 다음으로는 △학생(+0.27)이 긍정적이고 △일용·임시직(-0.66)이 부정적이었다.
◇주거상황 = 거주 주택의 유형과 소유관계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다. 거주 주택이 △자가인 경우 상대적으로 긍정적(+0.18)이나 △반전세·월세인 경우에는 상당히 부정적(-0.60)이었다. 주택유형은 △아파트인 경우 긍정적(+0.15)이고 △연립·다세대는 부정적(-0.41)이었다. 자가나 아파트 거주는 크게 긍정적 요인이 아니었으나, 반전세·월세나 연립·다세대 거주는 더 큰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다.
◇성X연령 = 단순 성별로는 차이가 없으나 연령을 함께 고려하면 의미 있는 차이가 있다. 고령자의 부정적인 삶의 질 평가는 남녀 공통이다(70세 이상 남 -0.21, 여 -0.19). 그러나 긍정적 평가는 △남성40대(+0.10) △여성20대(+0.14)에서 높았다. 남자는 40대, 여자는 20대가 전성기라는 세평과 일치한다.
◇결혼상태 = △기혼이 다소 긍정적(+0.12)이고 △미혼·비혼은 다소 부정적(-0.08)이나, △이혼·사별은 -0.81로 모든 특성 중 가장 부정적이었다. 배우자를 잃는다는 것은 소득, 일자리, 주거 등 다른 어떤 상실보다도 개인의 일생에서 가장 큰 외상적 경험이라는 연구결과를 뒷받침한다.
◇거주지역 = 광역지자체별로는 △전남(+0.24)이 가장 긍정적이고 △경북(-0.27)이 가장 부정적이다. 더 넓혀 보면 전반적으로 호남은 긍정, 영남(부산 제외)은 부정적이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 인식이 정치사회적 환경 평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관계가 깊은 것은 주관적 계층의식과 사회환경 인식이었다.
■ 삶의 질, 충족될 땐 조금 오르고 결핍 땐 크게 낮아져
국민의 삶의 질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다. 자신의 삶의 질을 상위(1, 2등급)로 보기보다는 하위(9, 10등급)로 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부정적 평가가 많다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 널리 퍼져 있음을 뜻한다.
소득의 많고 적음은 상대적으로 개인의 책임이 크다. 반면 일자리, 주거와 같은 문제는 공공부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높은 삶의 질에는 개인의 노력이 큰 몫을 차지하겠지만 낮은 데는 사회 구조와 정책적인 면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 사회가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보다는 키우는 데 일조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