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내린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서울시는 주거 용도의 지하·반지하를 전면 금지하고 기존 반지하 주택을 순차적으로 없애겠다는 대책을 세웠다.
202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는 32만7320가구로 이중 약 61%에 해당하는 20만849가구가 서울에 몰려 있다.
당초 반지하는 방공호 목적의 공간이었다. 북한과의 전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주택마다 방공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1962년 제정된 건축법은 1970년 개정을 통해 인구 20만명 이상인 도시에서 지상층의 연면적이 200㎡이상인 건축물을 지을 경우 지하층을 만들도록 의무화 했다. 이후 1975년 건축법 개정을 계기로 반지하를 거주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며, 1999년 들어서는 지하층 의무 건설 규정이 폐지됐다.
지난 2012년 개정된 건축법 제11조에서는 ‘상습침수(우려)지역 내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허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건축허가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다 보니 법 개정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은 4만호 이상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앞으로 지하·반지하를 주거목적 용도로 일절 사용할 수 없도록 정부와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 기존 허가된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퇴실한 뒤 지하·반지하 공간을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거주용으로 용도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건축주의 참여 유도를 위해 비거주용으로 전환시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시 용적률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유지되는 지하·반지하에 대해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빈집 매입사업’의 일환으로 이를 구매해 이후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20년간 재건축 시기가 도래하는 시내 258개 공공임대 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반지하주택 거주자의 단계적 이주를 추진하고 반지하주택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이사하는 경우 2년간 최대 480만원의 월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시는 이달 중으로 주택의 3분의 2이상이 지하에 묻힌 반지하 주택 약 1만7000호에 대한 현황 파악을 실시하고, 서울시내 전체 지하·반지하 주택 20만호를 대상으로 전수조사 및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위험단계를 구분해 관리할 방침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하·반지하가 열악한 주거 공간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당장 반지하 거주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 부족한 탓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고시원, 쪽방 등 더욱 열악한 거주환경으로 저소득층이 내몰릴 수 있어 정부와 시의 보다 촘촘한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