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참사(이태원참사)를 계기로 일상 속 과밀의 위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출·퇴근길 수도권 지하철 혼잡도 관련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에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각각 안전대책 수립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1~8호선 지하철역 중 올해 1~9월 일평균 승하차 인원을 분석한 결과 잠실역이 2호선 13만50명, 8호선 2만9178명 등 총 15만9228명으로 가장 많았다. 강남역의 경우 2호선만 14만1158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사당역은 2호선 7만1467명, 4호선 4만2886명 등 총 11만4353명이었으며, 홍대입구역은 2호선만 해도 11만3316명으로 집계됐다. 고속터미널역은 3호선과 7호선을 합쳐 11만575명, 신도림역은 2호선만 따져도 10만7301명이었다.
노선별 혼잡도를 보면 지난해 기준 1호선의 경우 84%, 2호선 149%, 3호선 141%, 4호선 151%, 5호선 132%, 6호선 96%, 7호선 127%, 8호선 13%, 9호선 75%(급행열차 135%) 등으로 조사됐다.
혼잡도는 열차 1량당 정원 대비 이용승객 인원을 말한다. 승차인과 좌석수가 일치한 경우 혼잡도 34%로 산정하며, 9호선의 경우 가장 혼잡한 상위 5개 역의 오전 7시~8시 45분 평균값으로 혼잡도를 계산한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혼잡도가 심한 역사에 대해 분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승객 이동 동선, 안전시설 보강, 대피 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현장 안전 유도 요원 상시배치 등 5대 항목을 중심으로 시설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분석 대상 역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용객이 많은 환승역 위주로 우선 점검할 예정이다. 신도림역, 사당역, 고속버스터미널역, 종로3가역, 당산역, 여의도역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구간 혼잡도가 185%에 달하는 9호선 주요 역사도 대상역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대상지를 선정하고 이후 소방·안전·시설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면밀한 현장조사 및 분석을 진행하기로 했다. 인파가 많이 몰릴 위험이 있는 구조로 판단될 경우 시급하게 공사를 진행해 여유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점검 결과에 따라 승객 이동 동선을 새로 만들고 안전시설도 설치할 예정이다.
코레일 역시 이달 7일부터 수도권 전철 구로역과 신도림역, 금정역 등 15개 역을 대상으로 혼잡역 긴급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역과 열차, 기관차 분야 합동점검단의 순회 점검으로 이용객 동선 등을 분석하고 시민이 안전하게 역과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 개선 등의 조치를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출퇴근 시간대 이용객들이 안전하게 열차에 승하차할 수 있도록 40개 역에 질서 지킴이 113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2020년 기준 1㎢당 516.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가장 높다. 뿐만 아니라 2위인 네덜란드(419명)과 비교해 봐도 큰 차이를 보인다.
범위를 서울로 좁히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6700명이다.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에 비하면 3배, 미국 뉴욕과 비교하면 8배 더 높은 수준이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인구는 약 2602만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약 5164만명) 중 50.4%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