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디깅(Digging)’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무언가를 판다는 의미가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일을 깊게 파고드는 행위 그 자체를 의미한다. 과거에 ‘오타쿠’라고 불리는 소수의 마니아를 중심으로 이런 문화가 발전했다면 지금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나 취미를 깊게 서치하고, 경험하면서 디깅하는 것이 일반적인 트렌드가 됐다.
이는 단순히 취향을 소비하는 그 자체를 넘어, 자신의 찐자아를 찾으려는 열정 가득한 노력이자 불안에 대처하기 위한 자신만의 적극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트렌드는2022년 9월에 열린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현장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었다. 동일한 기간에 ‘키아프 서울 2022’까지 열리며, 두 아트페어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페어가 열린 나흘 동안 6,500억 원어치의 작품이 판매되었고,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구매한 연령 중 MZ세대가 60%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MZ 세대 컬렉터의 작품 구매 배경과 구매 방식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단순히 취향 소비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내가 몰입을 느끼고 있는 상대와 더 깊게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술 작품을 소비하고 있었다. 이는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적극적은 소통을 통해 몰두의 정도를 높이는 행동 ‘디깅모멘텀’의 유형 중 ‘관계형’의 모습이다.
MZ세대가 미술 작품 수집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에는 셀러브리티의 예술 활동의 영향도 포함되어 있다. 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은 BTS RM은 여러 전시회를 방문하고 작품을 구매하면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 그 사례이다. 행위를 따라하고 인증을 하면서 만족을 얻는 팬들의 심리가 미술 작품 구매 행동으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술 작품에 관심을 둔 배경과 별도로 구매하는 과정 또한 ‘관계’ 중심적이다. 기존 미술 작품 구매가 수집에 그쳤다면, 최근 MZ 세대 컬렉터들은 아이돌 팬텀을 만드는 것처럼 작가를 점 찍고 이들과 소통하며 투자한다. ‘도도새 작가’로 유명한 1988년생 화가 김선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MZ세대가 미술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경로, 그리고 구매를 하는 과정 모두에서 ‘디깅모멘텀’의 유형 중 하나인 ‘관계형’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