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빌라왕 사망 사건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무자본 갭투기’를 이용한 조직적인 전세사기 관련 사건도 연이어 보도되는 실정이다. 전세 시장에 대한 세입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정부와 국회, 민간 등 사회 곳곳에서 전세사기 예방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계약기간 만료 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전세 보증사고’는 지난해에만 5443건 발생했다. 이는 전년(2799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보증사고는 2015년 1건에서 3년 만인 2018년 372건으로 뛰어오른 데 이어 2019년 1630건, 2020년 2408건 등 매년 증가해왔다.
이에 공인중개사협회는 주택 임대차 계약서에 전세사기 방지 관련 특약사항을 추가해 적용하기로 했다. 총 5개로 나뉜 특약사항에는 ▲임대인은 위 약정일자의 다음 날까지 임차주택에 저당권 등 담보권 설정을 할 수 없다 ▲임대인은 국세·지방세 체납, 근저당권 이자체납 사실이 없음을 고지한다 ▲임대인은 본 주택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사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한다 등의 문구가 새로 추가됐다.
협회는 우선 임대차계약서에 이같은 특약사항을 수정해 사용한 뒤 오는 3월부터 국토교통부에서 추천하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서식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특약은 임대인이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협회는 이외에도 시세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전세사기 방지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자가진단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기로 했다. 해당 앱에서는 적정 전세가격과 악성 임대인 명단, 공인중개사 등록 여부, 임대사업자 임대보증 가입 여부, 불법·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
국토부는 또 우리은행,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확정일자 정보 연계 시범사업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부터 전국 우리은행 710여개 지점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청인(임대인)의 정보제공 동의를 받아 대출심사 과정에서 담보 대상 주택의 확정일자 정보 확인 후 대출을 실행하는 시범사업이 추진된다. 확정일자의 대항력이 익일 발생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집주인의 동의가 있어야지만 미납 국세를 열람 가능했던 제도도 개선됐다. 개선안은 4월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앞으로는 집주인의 동의없이도 전국 세무소에서 국세 미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단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 미만, 기타 지역 2000만원 미만인 경우 열람이 제한될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빌라왕 전세사기 재발방지법이 발의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얼마 전 주택임대차보호법·민간임대주택법·지방세기본법 개정안 등 총 8개의 법안을 발의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주택 가격 대비 전세보증금(전세가율)이 7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선순위 담보권, 세금 체납여부, 보증보험 가입 정보를 포함한 표준 임대차 계약서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바지 임대인’으로 인한 사기 예방을 위해 임대인이 중간에 바뀌는 경우 새 임대인의 세금 체납 정보를 제공하고 임차인이 원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에서도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의 자회사 ‘호갱노노’는 전세사기 예방 등을 위해 ‘최근 역전세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역전세가 발생한 아파트의 지도와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보증사고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넥스트그라운드가 운영하는 집 거주 후기 플랫폼 ‘집품’은 깡통전세 위험도 진단 서비스를 선보였다. 아이엔이 지난해 출시한 앱 ‘임차in’은 깡통전세 판독기 등 전세사기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