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번역기, 파파고 등 번역기가 등장하면서 번역은 전보다 더 쉬워졌다. 영어를 잘 몰라도 외신을 읽는 게 가능해졌고, 해외여행에서도 안내판 등의 글자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번역기는 간혹 틀린 답이나 어색한 문장을 결과로 내놓기도 했다. 100% 완벽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어 지원을 시작한 인공지능(AI) 번역기 딥엘(DeepL)은 지금까지와 달리 자연스럽고 정확한 번역 결과를 내놓는다는 평을 받는다.
과연 딥엘은 어디가 어떻게 다르다는 걸까? 직접 써봤다.
지금까지의 번역기는
필자는 가끔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를 통해 구글 뉴스에 들어가 외신을 찾아 읽곤 한다. 이때 빠른 읽기를 위해 웨일에 기본 탑재된 파파고 번역기의 자동 번역 기능을 사용한다. 사이트 내 모든 외국어를 빠르게 번역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간혹 잘못된 번역 결과가 노출된다.
가령 검색창에 ‘긱 이코노미(gig economy)’를 검색해보면, 제목에서 ‘기가비트 경제(경기)’로 노출이 되는 경우가 있다. 긱 이코노미의 첫 글자 G를 소문자로 쓴 기사 제목은 ‘기가비트 경제(경기)’로 번역이 된 것이다.
이는 구글 번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앞서 파파고가 ‘기가비트 경제 환경에서의 보호’라고 표현한 외신 제목(Staying protected in a gig economy)을 구글 번역기에다 넣어봤다. ‘공연 경제에서 보호 유지’라는 결과가 출력됐다.
딥엘은 어땠을까?
딥엘 번역기는 2017년 독일의 AI 기술 기업 딥엘이 2017년 선보인 것이다. 지난 1월 번역 지원 언어에 한국어와 노르웨이어를 추가하면서 현재 총 31개의 언어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딥엘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 10억명 이상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에서는 타사대비 5~6배 높은 정확도가 나타났다. 미국 IT전문지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번역툴보다도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섬세한 번역을 제공한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한 가지 외신 기사에 대해 파파고, 구글 번역, 딥엘 등 3개의 번역기를 써보기로 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의 ‘Does Your Side Hustle Need A Mid-Course Correction?’라는 제목의 기사다. 파파고와 구글 번역도 브라우저 번역기능이 아닌 웹 페이지에서 번역을 실행해봤다.
Does Your Side Hustle Need A Mid-Course Correction?
You’ve been playing around with your side hustle for some time now. It’s still fun, but you’re wondering if it could be more fun. And by “more fun,” you’re thinking, “generate more business.”
It doesn’t have to be more business that pushes your side hustle into the full-time tier. Maybe it’s just a few extra bucks a month.
파파고 번역 결과
당신의 사이드 허슬은 중간 코스 수정이 필요한가요?
당신은 얼마 전부터 당신의 옆구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어요. 그래도 재밌긴 한데, 더 재미있을 수 있을지 궁금하실 거예요. 그리고 "더 재미"를 통해 "더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비즈니스가 당신의 곁에서 풀타임 계층으로 밀어넣을 필요는 없다. 아마 한 달에 몇 달러 정도의 돈이 더 들 거예요.
파파고는 부업을 뜻하는 ‘사이드 허슬’(Side Hustle)이란 표현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you’ve been playing around with your side hustle’이라는 문장을 ‘당신의 옆구리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번역했다. 제목을 제외한 두 번째 문단에서 갑자기 ‘~ 필요는 없다’ 등으로 종결어미가 바뀐 것도 부자연스럽다. 전체적으로 파파고의 번역 결과만 보면, 무슨 글인지 한 번에 알아채기가 어렵다.
구글 번역 결과
귀하의 부업에 중간 과정 수정이 필요합니까?
당신은 한동안 부업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여전히 재미 있지만 더 재미있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더 재미있다"는 것은 "더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부업을 풀 타임 계층으로 밀어 넣는 것이 더 많은 비즈니스 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쩌면 한 달에 몇 달러만 더 벌 수도 있습니다.
구글 번역은 앞서 파파고보다 의미 전달은 좀 더 매끄러워진 모습이다. 하지만 흔히 ‘번역체’라고 부르는 것처럼 문장이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지막 문단에서 ‘부업을 풀타임 계층으로 밀어 넣는 것이’라는 부분은 무슨 의미인지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딥엘 번역 결과
사이드 허슬에 코스 중간에 수정이 필요하신가요?
한동안 사이드 허슬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여전히 재미있지만 더 재미있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재미있다"는 것은 "더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뜻입니다.
부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더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달에 몇 달러만 더 벌어도 됩니다.
딥엘은 훨씬 더 자연스럽고 매끄럽다. 제목에서부터 두 번째 문단까지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원문과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특히 마지막 문단은 파파고와 구글 번역 모두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딥엘에서는 한 번에 의미를 전달 받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full-time tier’ 해석에 있었다. 파파고와 구글은 모두 ‘풀타임 계층’으로 번역했지만, 딥엘은 ‘정규직’으로 바꾼 것이다.
몇 가지 다른 외신도 딥엘을 통해 번역해봤다. 대부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은 가운데 다소 어색하게 번역된 부분은 다른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아직은 제한적 기능만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딥엘의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딥엘은 유·무료로 서비스가 나뉘며, 유료 서비스의 경우 요금제를 두고 지불한 만큼의 서비스 차등을 둔다.
미국의 경우 스타터 요금제는 월 8.75달러(약 1만1542원)으로, 무제한 텍스트 번역과 최대 10MB크기의 파일 업로드, 5000개 항목이 포함된 용어집 1개 등을 지원한다. 고급 요금제는 월 28.74달러(약 3만7910원)로, 최대 20MB 크기의 파일 업로드와 각각 5000개 항목이 포함된 2000개의 용어집, 팀 셰어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전용 요금제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무료 서비스만 이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