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증가 등 가족 형태가 변화하면서 ‘반려동물 1500만 시대’ 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관련 산업 및 활동을 향한 관심이 증가하지만 여전히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로 ‘반려견 헌혈 문화’를 사례로 들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문화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반려견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공혈견’과 ‘반려견 헌혈’에 대해 알아보자.
반려견 헌혈과 공혈견, 왜 필요할까?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견도 외과 수술, 교통사고, 출산 중 대량 출혈, 빈혈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 수혈은 유용한 치료법이 될 수 있기에 반려견이 늘어날수록 필요한 혈액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혈액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빠르게 수혈을 받아야 반려견의 목숨을 건지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수혈용 피는 ‘공혈견’이 공급한다. 이처럼 공혈견은 위급한 상황에 처한 다른 반려견을 위해 피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나이가 들어 은퇴할 때까지 주기적으로 피를 제공하며 살아간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부분 공혈견에게 강아지 수혈을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개 혈액이나, 공혈견을 관리하는 제도는 부재하다.
해외에서는 비영리기관이 공혈견을 관리한다. 미국은 개 한 마리당 채혈 기간을 최장 1년 반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이후에는 입양을 주선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병원과 동물병원이 자체 소유한 공혈견을 제외하면 민간 사업체인 한국동물혈액은행이 혈액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독점 유통하고 있다.
현실을 보면 2015년 동물권단체 케어는 민간 동물혈액 공급업체 '한국동물혈액은행'의 비윤리적인 사육 실태를 폭로한 바 있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공혈견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방법, ‘반려견 헌혈’
반려견 헌혈 자격 조건과 신청방법
이러한 공혈견들의 짐을 덜어주면서 여전히 아픈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피를 공급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반려견 헌혈’이다.
영국과 폴란드는 '반려동물 헌혈센터'를 따로 운영하고, 캐나다는 가정견의 헌혈을 장려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등 해외에서는 이미 익숙한 문화이다.
우리나라에선 2018년 창립한 한국헌혈견협회가 반려견헌혈캠페인에 앞장서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와 비교해서 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사람도 헌혈을 하기 전에 지켜야 하는 수칙과 조건이 있듯이, 반려견 헌혈도 마찬가지로 자격조건이 있다.
25kg 건강한 대형견(2~8살)이면서 매달 심장사상충과 구충예방약을 복용하고 있고, 전염성질환을 앓은 이력이 없다면 반려견 헌혈을 진행할 수 있다.
자격조건이 된다면 한국헌혈견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헌혈을 하고 나면 바로 적혈구가 생성되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 또는 1년에 한 번 하는 헌혈은 반려견의 몸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는다.
헌혈을 진행한 반려견에게는 협회와 연계된 17개 협력 병원과 10개 후원사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 30~60만 원 상당의 9종 건강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진드기 예방 목걸이, 사료와 간식, 유산균 및 관절 영양제, 건강검진 소변 진단키트, 한국헌혈견협회 공식 스카프를 제공받는다. 또한 한국헌혈견협회 정회원은 긴급 수혈이 필요할 때 공식 협력 병원을 통해 긴급 헌혈을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