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잘 팔린 향수, 만족감 주는 작은 사치
20, 30대가 주축이 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유통업계에서 소비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적으로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높고 본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제품이라면 과감하게 소비하는 MZ세대가 유통업계 내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경기 불황에 잘 팔리던 립스틱의 자리를 니치 향수가 대체하고 있다.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인 니치 향수의 판매량이 크게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불황일수록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작은 사치에 오히려 과감히 지갑을 여는 소비 양극화 현상으로 고가의 니치 향수 매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어떤 향은 잊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매혹적인 향에 바삐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기도 한다. 낯선 곳에서 익숙한 향을 맡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경험도 더러 겪는다. 이처럼 후각은 생각보다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마스크와 실내 생활이 일상화된 요즘, 화장 대신 향기로 개성을 표현하거나 같은 일상 같은 공간에 향을 채워 기분 전환에 나선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사치를 누린다는 뜻의 ‘스몰 럭셔리’ 열풍이 더해져 고가의 ‘니치 향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니치 향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를 뜻하는 말로,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nicchia)’에 어원을 둔다. 합성 원료를 통해 대량생산 하는 대중적인 향수 브랜드의 제품과 결을 달리한다. 천연 향료와 희귀 성분 등의 고급 원료를 주재료해 희소성을 앞세운다.
매스 브랜드들의 향수가 플로럴, 시트러스, 프루티, 머스크 등과 같이 친숙한 향을 베이스로 한다면 니치 향수는 가죽향이나 스모키향, 우드향, 날것 그대로의 꽃향 등 원료 특유의 개성을 살려 만들기 때문에 다소 낯설거나 향기롭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니치 향수의 호불호가 시작되는 지점이면서 소수의 취향을 타겟으로 한다는 니치 향수의 지향점과 맥을 같이 한다.
모두에게 호감을 얻지 않아도 열광하는 단 한명의 마니아를 만드는 것이 니치 향수의 본질이라면 본질이다. 그리고 이러한 본질은 대체로 브랜드 창립자의 철학과 조향사의 코끝에서부터 실현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 ‘조보이’와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그리고 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브랜드인’플로라이쿠’를 이야기할 수 있다.
조보이는 지난 2010년 조향사 ‘프랑수아 헤닌’이 론칭한 니치 향수 편집숍 브랜드다. 독창적인 향·강력한 메시지·장인 정신이라는 3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 선별한 세계 각국의 니치 향수 브랜드를 엄선해 선보이고 있다.
조보이는 니치 향수 편집숍이라는 특성을 살려 여러 브랜드를 넘나드는 향기 조합을 제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유의 원료와 향수에 담긴 스토리에 대한 설명과 함께 고객 취향에 맞춤화된 향기를 추천하는 편집숍으로 파리 여행을 가면 필수적으로 들려야 하는 ‘향수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프레데릭 말은 향수의 품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조향사들이 브랜드가 아닌 그들의 이름을 내걸고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데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조향사들은 마케팅 전략이나 마감 기한 등에 구애받지 않고 최상의 재료로 특별한 향을 만들 수 있었다. 향수 원료 중에서도 고급재료로 통하는 터키로즈가 향수 한병에 무려 400송이가 들어간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는 프레데릭 말이 조향사에게 얼마나 전적인 신뢰를 보냈는지 가늠케하는 제품이다.
독보적인 철칙과 향수가 가진 스토리로 전세계 단단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다. ‘플로라이쿠’이다. 2017년 프랑스에서 시작한 플로라이쿠는 컨셉과 철학을 하이쿠라는 시의 형태로 전달하는 예술적인 프리미엄 니치 향수로 현대적인 향은 물론 향수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며 향을 즐길 수 있는 재미도 함께 선사한다. 향수를 표현하는 주요 노트도 하이쿠의 3행처럼 꽃, 차 또는 나무로 세가지로만 구성하여 감각적인 향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고귀한 원료를 세심히 선별하고, 최대 50% 이상의 천연 소재를 사용하였으며, 장인정신과 혁신적 기술을 통해 구현한 향을 한 점의 오브제와 같은 보틀에 담아내어 향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엄선된 원료의 배합을 통해 무겁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향을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향을 만들기 위해 플로라이쿠는 수차례 원료를 배합하고 다듬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니치 향수의 가격은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병당 40만~60만원을 호가한다. 평균 5~10만원선의 가격대를 형성하는 대중적인 브랜드의 향수를 놓고 보자면 니치 향수는 꽤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치 향수의 판매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0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2019년 6000억원에서 2021년 7067억원으로 늘었다. 이 중 니치 향수는 약 9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니치 향수 시장 규모는 2019년 5270억원에서 2021년 625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 기간 니치 향수를 구매한 MZ세대 고객 비중은 전체의 80%를 차지하며 매출 성장세를 주도했다. 20~40대 초반인 이들은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으로 명품급 가심비를 느낄 수 있는 '스몰 럭셔리' 제품인 니치 향수나 고가의 향기 제품에 열광하는 세대다.
물론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니치 향수 브랜드의 수가 다양해진 것이 판매율 상승의 직접적인 이유라 할 수 있겠으나, 최근들어 니치 향수 판매량이 급증한 데에는 코로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남들과는 차별된 개성을 표현하는 데에 적극적인 MZ세대까지 소비 행렬에 가세하며, 니치 향수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