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관리, 경영, 사무, 행정 분야의 33개 신생 직업을 공개한 바 있다. 이중 데이터 라벨러는 인공지능이 학습 데이터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텍스트, 사진, 동영상, 사운드 등에 등장하는 대상을 수집하고 가공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라 데이터 라벨러는 유망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한국인공지능협회가 주관하고 발급하는 인공지능 데이터 전문가(AIDE) 자격증은 제도가 신설된 지 1년 만에 시험 응시자가 1만6000명을 넘었을 정도다.
데일리팝이 만난 4년차 데이터 라벨러 심정우 씨는 부업으로 이 일을 하다 전업으로 전환, 지난해 4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그에게서 이같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을 들을 수 있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데이터 라벨링으로 돈 잘 버는 N잡러 되기’를 출간한 심정우입니다. 4년차 전업 데이터 라벨러입니다.
Q. 데이터 라벨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A. 쉽게 말하자면 4차 산업시대의 핵심 산업인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배우고 인식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사진 속 대상이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거나 대화형 인공지능이 편향되거나 혐오적인 발언을 하지 못하게 가르치는 것이죠.
인공지능 학습에 필요한 대부분의 데이터를 데이터 라벨러가 구축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공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도 하고요. 가공에 필요한 물체의 사진을 찍거나 인공지능 목적에 따라 특정 행동을 연기하는 모습을 촬영하기도 합니다.
Q.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우연히 광고를 통해 데이터 라벨링을 접했어요. 인터넷으로 뭘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다길래 시작했는데 제 적성에 너무 잘 맞았던 거죠. 실제로 돈이 입금되기도 했고요. 일단 작업 자체가 재밌으니 계속해서 흥미롭게 작업을 했고요. 부업으로 정말 좋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전업으로 하게 됐어요.
Q. 어떤 면을 보고 전업을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A. 이전엔 다양한 일을 했었어요. 전업의 길을 선택한 건 적성에 잘 맞았던 게 가장 큽니다. 원래도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아무래도 데이터 라벨링 역시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일이다 보니 일단 이런 부분이 제 적성에 잘 맞았어요. 거기다 재택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리트로 느껴졌고요.
무엇보다 제가 입문했던 시기에는 데이터 라벨링 업계가 야생의 느낌이 강했어요. 기업들도, 작업자도 경험이 별로 없던 시절이었죠. 그러다 보니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시급 5만원이 넘는 일거리들도 있었죠. 물론 그때보다 지금의 수입이 더 좋지만, 이런 흥미로운 시절을 거쳐왔기 때문에 이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당시엔 부업으로 작업을 했었는데요, 전업으로 돌아서게 된 건 같은 해 말 쯤에 정말 많은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일거리가 너무 많다 보니 부업인 데이터 라벨링에 쏟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게 됐어요. 당연히 그로 인한 수입도 많아졌고요. 이런 상황이 몇 달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본업으로 데이터 라벨링을 하게 된 거죠.
다만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전업을 고려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저는 절대 말리고 싶어요. 어떤 일이든 전업으로 삼을 땐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데이터 라벨링도 마찬가지예요. 부업에서 전업으로 넘어가는 순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니기 때문에 되도록 부업으로만 하시는 걸 추천해요.
Q. 최근 출간하신 책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데이터 라벨링으로 돈 잘 버는 N잡러 되기는 국내에서 데이터 라벨링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종이책이에요. 지금까지 나왔던 데이터 라벨링 전자책들이 수입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실제 작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정보를 담는 데 집중했습니다.
데이터 라벨러들에게 가장 중요한 플랫폼별 소개와 툴에 대한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자신해요. 또 제가 데이터 라벨러로 활동하면서 축적해왔고 실제 작업에서도 활용했던 여러 노하우들을 담았어요. 데이터 라벨링에 이제 막 입문하신 분들부터 어느 정도 활동을 해오셨던 분들까지 두루두루 유용하게 볼 수 있는 실용서입니다.
Q. 부업으로 데이터 라벨러를 추천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데이터 라벨링의 가장 큰 매력은 재택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죠. 처음 입문할 때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일단 입문 후 한 번 배워놓으면 일자리가 있을 때마다 꾸준한 수입을 얻을 수 있어요.
물론 최근 들어 데이터 라벨러 수가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긴 하지만 컴퓨터만 있으면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는 N잡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SNS 마케팅과 같은 분야가 아니라 오롯이 내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기도 하고요. 또 가끔 시급이 좋은 일거리가 잡히기도 한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Q. 데이터 라벨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요?
A.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과 자기 절제가 중요해요. 데이터 라벨링은 내가 일을 하는 만큼 수입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데요.
내가 일하는 만큼 돈이 들어온다는 건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의미하지만, 그만큼 일하지 않는다면 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요. 따라서 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많은 시간 일을 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일거리가 특정 시즌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수 있는 준비가 항상 돼 있어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시기가 왔을 때 집중해서 오래 작업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Q. 현재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지난해 약 4000만원의 수입을 올렸어요. 전부 재택근무로 올린 수입으로 실제 근무일을 따져보면 8개월 정도 일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일거리가 매 순간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간중간 쉬는 달이 있었어요.
한창 일거리가 많을 때는 하루 12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실제 작업 시간은 6~8시간 정도고요. 몇 달을 이렇게 작업하다 보니 손목이나 눈이 조금 아프기도 했지만 사실 직업병 없는 일은 없잖아요. 그러려니 하고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납니다.
Q. 처음 데이터 라벨링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은요?
A. 다양한 홍보 매체를 통해 데이터 라벨링에 입문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대부분 수입적인 부분을 고려해 오시는데요. 데이터 라벨러로 일을 시작하는 데는 어떤 조건이 필요하지 않아요. 일거리를 구한다면 바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단 입문하신 후 최대한 여러 채용 공고 혹은 프로젝트에 지원해 보시는 걸 추천해요. 실제 작업을 해보고 돈을 벌어본 후 본격적으로 N잡으로 데이터 라벨러를 할지, 말지를 결정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만약 데이터 라벨러로 활동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적어도 1년 동안은 이 시장에 머물러 있는 걸 추천해요. 일거리가 1년 내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소 한 해는 지켜보면서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체크해야 해요.
또 한 가지는 모든 데이터 라벨링 플랫폼에서 활동하시길 권장해요. 개인에 따라 플랫폼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데요. 그러다 보니 특정 플랫폼에서는 전혀 활동을 하지 않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데이터 라벨링은 언제 어떤 플랫폼에서 괜찮은 일거리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좋든 싫든 모든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게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