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로 시름을 앓던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워케이션’(work+vacation)을 주목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식의 합성어로 원하는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근무방식을 일컫는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원격근무·재택근무 확산으로 워케이션은 일상의 업무 방식으로 자릴 잡았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 직원들의 성향에 맞춰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각 지자체는 워케이션 인프라를 확대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기업들 모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최근 일본 와카야마현과 ‘워케이션 문화 선도와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와카야마현 시라하마초는 글로벌 워케이션 성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두 도시는 이번 협약을 통해 워케이션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보다 앞선 지난 7일 워케이션 생태계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박형준 부산시장은 “워케이션은 개인의 워라밸을 넘어 도시 브랜드 전략사업”이라며 “글로벌 워케이션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일하멍 쉬멍’(일하면서 쉬면서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을 슬로건으로 내건 제주도는 지난 5일 서울 명동에서 ‘제주 워케이션 설명회 in 서울’을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수도권 기업 50개사의 102명의 관계자가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다.
도는 워케이션 기업 유치를 위해 공공형·민간형 오피스를 조성하는 중이다. 공공 오피스는 오는 9월과 11월, 2024년 등 각각 지역별로 조성될 예정이다. 민간형 오피스는 마을 공동체 및 지역 숙박시설 등과 연계해 현재 14곳이 꾸려져 있다.
또 이달부터 수도권 기업에서 지정된 민간 워케이션 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직원 1인당 최대 52만원 상당의 오피스 및 여가프로그램 이용 바우처를 제공한다. 제주관광공사와 협업한 여가 프로그램 ‘러닝 홀리데이 인 제주’(Learning Holiday in Jeju) 등 공공 워케이션 패키지도 선보이기로 했다.
충남도는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워케이션 충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달 12일부터 11월 3일까지 매주 화~금요일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 숙소와 업무공간을 제공 받을 수 있으며 관광지 프로그램 체험도 가능하다.
기업 재직자 및 4대보험 가입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종사자 등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프로그램 참여자 중 92%가 긍정 평가를 내렸다.
경주에서는 워케이션을 접목한 장기체류형 관광상품을 개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경주시의회 최재필 의원은 워케이션이 가능한 공유오피스를 마련하고 숙박 바우처, 웰컴키트 등을 지급해 기업과 근로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주시만의 특화된 ‘경주형 워케이션’ 사업을 추진해 인구 유입의 새로운 대안으로 활용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제진흥원(SBA)는 ‘퇴근만큼 즐거운 출근’을 슬로건으로, 서울 중소기업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강원, 충남, 부산, 남해, 제주 등 각 지자체와 연계한 사업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각 지역별 프로그램 및 숙소, 오피스 등을 소개하고 있다.